한 번에 하나씩, 정성스럽게
슬개골을 앗아간 짧은 3초
함께 산을 타는 50대 친구가 있다.
그런데 어느 좋은 봄날, 비보가 날라 들었다.
무릎으로 넘어져서 슬개골 복합골절이 왔고, 당분간 산행은 어렵다고.
어렵게 말해서 복합골절이지,
결국은 뼈가 여러 조각이 났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중에 얼굴 보고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지방 공장에 출장을 갔다가 고속도로 주유소에 들렀는데,
주유기기를 차에 꽂은 채로 깜빡하고,
사무실에 휴지 받으러 가야지 하고 가다가
걸려 넘어졌다고 한다.
그 상황이 너무 한순간이라
미처 손으로 짚지도 못하고,
앗 소리도 못한 채
순식간에 왼쪽 무릎으로 온몸의 무게가 쏟아지는 고통을 느꼈다고 하니,
그 아픔이 너무나 생생하게 연상되어 끔찍했다.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갔다고 하니,
그 번잡함은 생각만 해도 심란할 지경이었다.
골반을 안 다쳐 다행이다,
머리를 안 다쳐 다행이다,
액땜이다 위로를 해 봐도
한쪽 무릎 앞쪽이 깨져버린 것도 사실 엄청난 일이다.
깨어진 뼛조각을 주어 담는 꽤나 아픈 수술을 하고,
한 달 이상 깁스를 한 채 휠체어 내지는 목발로 다녀야 하고,
재활하는데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하산할 때 무릎에 쏠리는 하중을 생각하면
아문 후라도 웬만한 등산에 나서기는 꺼려질 터이다.
너무 짧은 순간,
3초 동안에 벌어진 일에 대한 대가 치고는
너무 길고 고되다.
허리 디스크 파열에 걸리는 시간 역시 단 3초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인의 이야기도 들었다.
40대의 그녀는 기침하다가 허리 디스크가 파열되어 응급실로 갔다가,
다음 날 바로 수술을 받고
며칠을 꼼짝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한 달간 집에서 요양을 한 후 출근할 것이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마디로
기침에 열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기침은 사실 갑자기 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몸에서 전조가 온다.
코가 간질간질하게 신호가 오면
몸을 정면으로 향하고 양팔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채,
강도에 맞춰 어깨를 들어 올리고,
정중하게 기침을 앞으로 내뿜어야 한다.
만약 그 시점에 딴 곳을 보고 있다거나 딴짓을 하다가
정면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기침을 하면
모든 압력이 모이는 허리 쪽에 사단이 날 수 있다.
우연히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변 지인 두 명이 이런 일을 당한 상황이라,
나에게도 깨달음이 크다.
회사에서, 집에서 한꺼번에 할 일들이 많다 보니
이거 하면서 동시에 딴 것을 하거나 생각하는 멀티태스킹이 어느 정도 일상화되어 있었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가니 효율이 떨어져서
사실 한 번에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기도 버겁다.
그런 주제에
옛날에 하던 습관이 남아서
멀티태스킹을 시도한다면 절대 안 될 일이다.
주유기기를 꽂고 있으면,
그 행동에 집중해서 잘 마무리할 일이지 다른 일은 동시에 생각하지도, 하지도 말아야 한다.
기침이 나면,
기침을 하는 것에 집중할 일이지 다른 일은 멈춰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마찬가지다.
이거 하면서 다른 것을 생각하면 안 된다.
한 번에 하나씩.
정성스럽게.
회사 일이든, 집안일이든.
이제는 효율이 조금씩 떨어지는 인간이 되어 감을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젊은 척, 멀티 태스킹을 시도하다간
내 소중한 어딘가가 한순간 날아갈 수가 있다.
주유소 바닥은 특히나 딱딱한 아스팔트라서 절대 넘어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