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즌졍 May 26. 2020

플랭크에 5분 발라드가 좋은 이유

[Essay] 근데 별로 없다는 건 함정

신기하면서도 짜증 나는 게 플랭크를 한다고 해서 배가 들어가지는 않는데, 안 하면 나온다.


앞선 글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난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못하게 된 이후로 매일 5분씩 플랭크를 했었다. 한 두 달 정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 질렸는지 어쨌는지 3분 40초쯤 되면 자꾸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거 관련해서 글을 하나 썼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글을 쓰고 나니까 또 한동안 갑자기 5분 버티는 게 꽤 할만해졌었다. 근데 그것도 잠깐. 또 금세 왠지 재미없어져서 2주 정도 거의 안 했다. 그랬더니 배가 나왔다. 원래 나와있었는데. 더. 짜응나 진짜...


플랭크도 귀찮아서 하는 거였어. 그냥 가만히 있고 싶어서.


진짜 억울한 일 아닌가? 아니 왜 운동한다고 해서 별로 들어가지도 않는데 왜 안 하니까 곧바로 더 나오냐고... 뭐 사실 진짜 뱃살 빼려고 했으면 뛰고 구르고 해야겠지만, 내가 최근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보다 참 빨리빨리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다. 크크. 그래서 스쿼트도 귀찮아서 그냥 벽에 등 대고 투명의자 하곤 했다. 플랭크도 귀찮아서 하는 거였어. 그냥 가만히 있고 싶어서. 크크크크.


근데 또 그게 계속 5분 동안 가만히 있으면 뭔가 심심하다.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지 않나. 움직이기 귀찮다고 플랭크 하는 거면서 또 가만히 플랭크하고 있으면 심심하다니. 그래서 영상도 봐보고 노래도 들어봤는데, 오히려 방해만 되더라. 그냥 가만히 하면 5분 힘들지만 그래도 끝까지 잘 버티는데, 영상 보거나 노래 들으면 이유는 모르겠는데 5분이 진짜 안 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대체로 그냥 귀마개하고 조용히 했었는데, 이게 너무 심심한 거지... 그래서 발라드를 들어봤다.


플랭크도 운동이니까 운동 관련 플레이리스트를 들었었다.


다들 무슨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시는지 아니면 다운받아 들으시는지 모르겠지만, 난 벅스를 쓴다. 근데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렇겠지만 다 테마나 주제에 맞는 플레이리스트가 있지 않나. 플랭크도 운동이니까 처음에는 그런 플레이리스트에서 운동 관련 플레이리스트를 들었었다. 근데 그게 아닌 거지. 대부분 운동 플레이리스트는 광광 거리거나 방방 거리는 신명 나는 노래들인데, 플랭크랑 진짜 안 맞는다. 왜냐. 계속 말했듯이 플랭크는 가만히 있는 거거든. 가마니처럼 가만히. 근데 여기다 대고 광광 거리거나 방방 거리는 노래 틀면 괜히 마음만 조급해져서 시간이 엄청 안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유레카. 그래서 발라드 들었다.


한동안 폴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에 꽂혔어가지고 그거 들으면서 해봤다. 오 근데 할만한 게 아닌가! 별로 안 심심해. 5분도 그럭저럭 버틸만해! 심지어 듣다 보면 신나서 따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한 3분쯤 되면 불가능하지만. 그러다 우연히 이해리가 몇 달 전에 낸 앨범 속 노래들을 보는데, 5분 3초짜리 노래가 있었다. 오호라. 딱이었다. 진짜 너무 딱!


내면에서 일어나는 기승전결을 노래가 딱 알맞은 템포로 같이 이끌어 가준다고나 할까.


최근 노래 트렌드가 대부분 재생시간 내내 멜로디만 있는 부분 없이 노래를 꽉꽉 채우는 것인 듯한데, 이해리의 이 노래가 딱 그래서 플랭크에 딱 좋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간주가 너무 길거나 심지어 노래 끝날 때쯤에 계속 멜로디만 나오면 안 그래도 버티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괜히 더 힘들어진다. 너무 좋아하는 곡이지만 적재의 별 보러 가자가 딱 그렇다. 노래 끝날 때 되면 거의 멜로디만 나오는데 그때 거의 죽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발라드는 기승전결이 있지 않나. 그게 아주 좋다. 5분 플랭크를 하는 동안 내면에서 일어나는 기승전결을 노래가 딱 알맞은 템포로 같이 이끌어 가준다고나 할까. 암튼 딱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5분짜리 발라드곡 찾는 게 쉽지 않다. 어찌저찌 뒤져서 지금 6개를 찾아두긴 했는데,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게 또 왜냐, 노래를 너무 잘 알게 되면 듣다가 대충 지금 몇 분인지 예측이 되어 버려서 조바심이 나거든. 참고로 난 플랭크 할 때 타이머를 최대한 안 보려 한다. 그거 쳐다보고 있으면 시간 더럽게 안가 가지고 5분 못하거든. 그래서 처음 듣는 노래가 제일 좋다. 지금 찾아놓은 6곡 중 3곡은 아직 안 들어 봤는데, 조금 더 아껴두었다가 들어야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은 누군가 5분 넘는 발라드 곡을 알고 계신다면 제보 부탁드린다.

작가의 이전글 폭풍 설사에도 커피 마시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