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요커 Jun 28. 2021

믿을 수 없어! 내가 아빠라니!

임밍아웃

제목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나는 20대 때부터 빠른 결혼과 자녀를 갖고 싶어 했지만, 미국행을 선택하고 치열한 삶과 맞서 싸우면서 결혼은 30을 넘기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요즘 같은 어려운 세상에선 그렇게나마 결혼을 한 것도 감사한 일이었기에 늘 마음속에 자상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심 우리에겐 너무 어려운 결정이기도 했다. 알뜰하고 꼼꼼하게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관리해준 아내 덕분에 2020년엔 아기를 갖자는 계획을 가지고 2020년을 맞이했지만 도저히 코로나 공포를 이기고 산부인과를 오며 가며 진찰을 받을, 그리고 혹시 모를 태아의 감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 우리의 꿈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1년 4월에 되었고, 부부 둘 다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우린 아기를 갖기 위한 시도를 하기로 했다. 사실 둘 다 많이 두려움도 있었고, 불임과 난임의 사례들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부모가 되는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욕심과 책임감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 큰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에 설렘보단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계획이나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에 우리는 긍정적으로, 그리고 감사하기로 생각했다. 어려운 취업과 주거 문제, 그리고 그런 것들로 인해서 발생하는 비혼 선호, 아니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결혼을 하기도 너무 어려운 작금의 현실은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하고 아기도 갖도록 계획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기 충분하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그렇게 감사함을 갖는다면 아기가 생기지 않아도, 그리고 생긴다면 더욱 기쁠 수 있을 것 같기에 우리 부부는 그 마음을 잃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2021년 5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아내는 내게 말을 걸었다. 평소 식사하면서 TV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그날따라 나는 넷플릭스를 틀어두고 혼자 주절거리며 아내는 관심도 없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펼쳐지는 치즈 굴리기 대회에 대한 내용인데, 나는 그 어이없이 그 유서 깊은 치즈 굴리기 대회에 대한 설명이 한창이었다. 아내는 티비 볼륨을 줄이기 시작했고, 1주일 정도 남은 결혼기념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나는 편지를 자주 써주는 편인데, 아내는 오히려 그랬던 적이 없다고 느껴서인지 나에게 편지를 준비했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고, 그저 그동안 내가 많이 써줬으니 올해는 아내가 먼저 편지를 준비해서 감동을 주고자 하는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 편지는 아래와 같았다.


혹시나 싶어 다른 테스트기를 통해 검사해봐도 확실한 임신이었다.


두 줄의 기적과 감동, 그리고 카드를 열어본 순간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나의 반응들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벅차고 실감 나지 않는 반응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내는 나 몰래카메라를 숨겨두고 내 모습을 찍고 있었다.


https://youtu.be/ZN-RowoBZ9g


영상에서 나온 것과 같이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브런치에 글도 자주 쓰고, 말도 많이 하는 나였지만 그 순간엔 정말 말이 나오질 않았다. 너무 기뻐서 신나게 웃고 싶지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고, 그러다가 또 너무 기뻐서 펑펑 울지도 못한 느낌이랄까?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신비한 감정이었다.


아기가 생기면, 내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만화의 주인공인 아기천사 '두두'를 꼭 태명으로 갖자고 이야기해오곤 했고, 드디어 내가 두두 아빠가 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불임과 난임을 겪으며 너무 힘들어하시는 부부들께서 가장 싫어하실 수 있어 표현하기 죄송스럽지만 (관련된 다큐를 보면서 우리 부부도 항상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는데 영상 안에서는 나도 모르게 자칫 경솔 해보일 수 있게 '한방에'라며 아내와 그걸 기뻐하고야 말았다) 우리도 30대 중반에, 그리고 오랜 시간 미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건강을 잘 챙기진 못하며 살아온 청춘들이라 걱정이 많은 시도였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그것도 기뻐하게 되었고, 정말 감사하게도 한 번에 두두가 우리를 찾아온 축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힘들어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께 이런 축복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항상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고자 마음을 먹었다.


브런치 구독자나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에도 하루라도 빨리 알리고 싶었지만 아내는 두두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참자고 말했고, 나는 그런 아내의 뜻을 존중했다. 첫 초음파 검사와 두 번째 방문 때는 미국 내 코로나 관련 규제 때문에 진찰실에 함께 들어갈 수 없어 두두를 사진으로만 봤어야 했다. 그러다 미국 백신 접종이 확산되고 관련 규제들이 조금씩 해제되면서 11주 차 초음파 검사 때는 나도 함께 초음파 검사실에 들어가서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초음파 검사를 받는 동안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특히 우연이겠지만 내 목소리에 한 번, 아내의 감탄사에 또 한 번 점프하며 반응하는 두두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가 되는 기쁨에 그 짧은 영상을 100번도 넘게 돌려보고 있다.


영상 인스타 링크: https://www.instagram.com/p/CQcLvKoFvaD/?utm_source=ig_web_copy_link


점프하면서 구부리고 앉은 모습 (왼쪽이 머리)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아직 완벽한 실감이 나진 않지만 그래도 뱃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아이와 함께 조금씩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너무 당연하게도, 나와 가족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헌신해오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원대한 아버지로서의 꿈을 갖기보단 '나의 아버지처럼만 두두에게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었다. 그리고 내심 무뚝뚝해서 아버지껜 표현하진 못했지만 이 글을 당연하게도 읽고 계실 아버지께 감사함을 담아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아부지,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해 노력하시고 자상하고 따뜻한, 그리고 엄니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낯선 땅에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해서 직장인이 되고, 남편이 되고,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나는 삶의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 어려운 과정 속에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들을 글과 영상으로 나누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육아와 자녀 교육에 대한 것들도 하나하나 터득하는 대로 많은 분들께 공유해서 그분들의 삶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정보가 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또 그를 통해서 자랑스러운 미래의 아버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친다.




오늘도 시간 내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너무 소중한 새 생명이 저희 부부에게 찾아왔고, 건강하게 잘 출산해서 좋은 부모와 가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기원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영주권] 인터뷰 경험담과 중요한 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