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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ies 'Where is my mind?'

'깊은 울림을 주는 예술적인 영감'

by 한나Kim

가끔 우연히 들은 노래가 온몸을 꿰뚫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마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라디오를 듣다가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마치 영혼에 바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랄까. 왜 그런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투박하고 심플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80년대 감성의 사운드와 투박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는데, 그 뒤에 무심하게 반복되는 'Where is my mind?'라는 가사를 듣는 순간 동공이 풀리며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말았다.


짧은 순간, 나를 관통하던 그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작곡가가 이 노래를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기에 이리 단순하면서도 심오하게 표현했을까? 대체 어떤 상황에서 작곡했기에 이리도 내 영혼에 착 감기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 Where is My Mind? by Pixies


With your feet on the air and your head on the ground

Try this trick and spin it, yeah

Your head'll collapse n there's nothing in it

And you'll ask yourself

Where is my mind?

Where is my mind?

Where is my mind?

(Where is my mind?)

-> 발을 위로 올리고 머리를 땅에 놓은 후 돌려봐. 너의 머리가 무너지면서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을 거야. 그리고 너는 스스로에게 묻겠지. Where is my mind?


Way out in the water, see it swimming

-> 물 밖에서 수영하는 걸 봐봐


I was swimming in the Caribbean

Animals were hiding behind the rock

Except the little fish

Bump into me, swear he's trying to talk to me, say wait, wait

Where is my mind?

Where is my mind?

Where is my mind?

(Where is my mind?)

-> 캐리비안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어. 동물들은 바위 뒤에 숨어있었는데, 그 작은 물고기만 나에게 다가왔어. 맹세하는데, 그가 나에게 '기다려'라고 말을 하려고 했어. Where is my mind?


노래에서 무심하게 반복되는 'Where is my mind?'. 이 물음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질문인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상태인 것일까. 과연 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 기분이 좋았던 마음이 나인가? 아니면 외롭다고 느꼈던 어제의 마음이 나인가. 혹은 마음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지금의 내가 나인가. 이 모두가 같은 나일까 아니면 다른 나일까.



https://youtu.be/OJ62RzJkYUo?feature=shared


...


찾아보니 이 곡은 굉장히 유명한 노래였다. 헌정도 많이 받았고, 영화 파이트 클럽의 엔딩곡이기도 하며, 밴드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연주되고 있는 곡이기도 했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인생의 바닥에서 우연히 이 곡을 만났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댓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감정이 밀려왔다. 도대체 이 노래는 우리 내면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적인 순간을 선사하는 것일까?



노래는 Pixies의 보컬인 '블랙 프랜시스'가 카리브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작은 물고기가 자기를 계속 쫓아오는 것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있는 이 물 안이 현실일까? 아니면 물 밖이 현실일까?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저 물고기가 존재하는 것일까? 저 물고기가 나를 쫓아오는 게 현실일까 아님 나만의 마음(착각)일까?'



<예술적인 영감>은 이처럼 찰나의 순간에 오는 것 같다. 직관적으로 나에게 딱 꽂히는 순간.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배워서 얻은 지혜가 아닌, 짧은 찰나의 순간에 직감적으로 깨어난 깨달음과 같은, 그런 순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피어난 영감(예술)이 결국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


빈 공간이 많은 이런 노래가 좋다. 현재의 상황과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듣는 이가 마음껏 상상하고 사색할 수 있게 하는 노래. 이런 노래가, 이런 예술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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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