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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드 딜바르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인생의 유한함이 드러내는 삶의 본질'

by 한나Kim

우리는 모두 인생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자신과는 무관한 일, 또는 아주 먼 미래의 일로 여기며 살아간다. 이 소설은 그런 어리석음을 지닌 이들에게 '인생의 유한함이 드러내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


이 책은 자동차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모든 것을 듣고, 느끼고, 볼 수 있다. 단지 반응이 없을 뿐이다.


육체의 감옥에 갇혀버린 주인공은 한없이 무기력하다. 그때 그의 초자아인 '깊은 영혼'이 나타나 대화를 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깊은 영혼은 누구에게나 있는 '수호천사' 또는 '내면의 소리'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현실세계를 살아갈 때 온 신경이 현상적인 것 또는 물질적인 것에만 집착을 하기에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뿐이다.



깊은 영혼은 주인공에게 무언가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기에 결국 모든 일의 행복 여부는 나에게 달렸다는 말을 한다.


P24

"상황을 통제할 순 없겠지만 상황에 대한 반응은 통제할 수 있었어. 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통제할 수 있으니까. 무슨 생각을 할지, 상황에 어떻게 결정하는 건 바로 너야."

"그래, 맞다고 쳐. 그럼 그 많은 문제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반응했어야 한다는 거지?"

"넌 그걸 문제라고, 극복해야 할 장애라고, 저주라고, 시련이라고 여기기로 선택했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네가 결정한 거야. 결정권이 너한테 있었다는 건 이해되지?"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음을 꿈을 통해 깨닫는다.


P28

그날 밤에 이상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사지가 줄로 연결된 목각 꼭두각시 인형이었다. 줄 끝을 잡고 몇 사람이 돌아가며 나를 움직이게 했다. 부모님도 있었고, 선생님도 한두 명 있었고, 성당 신부님과 예전 여자친구도 있었다. ... 나는 꿈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줄을 끊어버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조종당하는 편을 택했다. 그러는 편이 편했고 쉬웠고 익숙했다. 그건 성장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책임지기보다 다른 사람의 결정에 맡기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삶이 영원하리라 믿기에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이미 늦었음을 알고 후회를 한다.


P44

나는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우리를 엄하게 다뤘다. 가족을 부양하는 데 온몸을 바쳐 일해왔기 때문에 우릴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에게서는 그 어떤 감정 표현도 기대할 수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간헐적으로 내뱉는 아버지의 흐느낌이 영원처럼 이어졌다. 아버지는 내 손을 움켜쥐며 마침내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아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널 많이 사랑한다. 너한테 너무 엄격하게 대했지. 네가 강해지길 바라고, 절제력을 갖길 바랐다. 지금은 그게 잘한 건지 잘 모르겠구나. 정말로 모르겠어.... 지금에 이르러서야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할 수 있게 됐구나. 이런 끔찍한 실수를 하다니."



결국 인간은 죽음에 다달아서야 비로소 우리의 삶이 얼마나 자유롭고 아름다운 것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어찌 보면 죽음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덧없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는 선물인 것이다.


P66

"죽음은 너의 조언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야. 그건 죽기를 바라거나 죽음에 대한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죽음이 피할 수 없으므로 낙담하라는 뜻이 아니야. 언젠가는 누구든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는 거지. 죽음은 언제 어느 때든 다가올 수 있어. 이거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새롭게 보일 거야. 죽음이 모습을 드러낼 때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돼. 걱정은 의미가 없어지고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다툼이나 증오, 원망도 사라져. 살아있는 순간을 충실히 살길 원하게 되기 때문이야."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그의 초자아가 인간은 우주의 일부가 아닌, 우주 자체이자 생명 자체라는 설명과 함께, 그에게 '깨달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P97

깨달음은 우주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우주 그 자체가 되는 경이로운 느낌이었다. 전 인류와,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존재하는 모든 것과의 연결을 느꼈다. 가늠할 수 없는 온기와 사랑이라는 평화롭고 경이로운 축복이 끝없이 이어졌다. 혼자라는 두려움도 없었고, 지상에 존재하는 만물을 돌보듯, 그것과 똑같이 삶이 우리를 돌본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에선 모든 게 옳았다.



결국 우리 개개인의 삶 자체가 우주이기에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의 기준에 맞춰서 사는 것이 아닌, 나의 부족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나의 온전함에 집중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결국 삶의 의미라는 이야기를 한다.


P101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는 것, 그건 존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를 즐기는 걸 말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너는 영원의 일부였고, 죽으면 다시 영원의 일부로 돌아가. 우린 우리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짧은 시간을 부여받았으니, 최대한 그 시간을 활용해야 해."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P134

삶은 완벽하지 않으며 어려운 일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삶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역경에 맞서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가 주어졌을 것이다. 상실을 애도할 수 있도록 눈물이,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시가, 서로를 안아줄 수 있도록 팔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손이,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가슴이, 어떤 일이 닥치든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신이 주어졌을 것이다.



...


솔직히 이 책은 인생의 깊이를 논하기에는 너무 표면적이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주인공의 감정 묘사가 조금 더 깊었더라면, '초자아'와의 대화가 조금 더 구체적이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이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문득 떠오른 브런치 작가님이 계셔서 공유하고 싶다.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다 하늘나라로 떠나신 freegarden님이다. 죽음 앞에서 담담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글들이 모두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 준 그녀가 그곳에서는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부디 계산 없이...>

눈을 뜨는 순간마다 사랑하세요...

지금 당신의 삶이 무지개와 반짝임으로 가득하지 않다손 치더라도...

삶은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거였어요...

경험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지혜가 당신과 함께하길...,

https://brunch.co.kr/@ujw8907/86


<결국, 그저 사랑>

탄생 후 지금까지

독대해야 했던 건, 그저 사랑이었다.


사랑으로 충만한 상태로 태어났음에도

다른 이들이 중요하다 여기는 것들에 허덕이다가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 깨닫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ㅎㅎㅎ

어려울 것 없었는데, 한참 걸렸네.

https://brunch.co.kr/@ujw8907/112


<인생을 다시 산다면...>

1. 온전히 나만의 위한 시간을 따로 떼어두겠다. 누구보다 내가 가장 소중하니까.

2. 나 자신에게 솔직할 것이다. 유치하다 바보 같다 싶어도 내 안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

3.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 더욱 수줍음 없이 열렬히 사랑하겠다.

4. 아름다운 순간들.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을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충분히 누리겠다.

5. 나를 흔들리게 할 정도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건네는 사람들을 거침없이 피하겠다.

6. 좀 더 예쁜 말로 관계를 만들어가겠다. 어리석게도 똑부러지게 말하는 게 잘하는 건 줄 알고 살았다.

7. 사랑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는 시간을 충분히 갖겠다. 더불어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

8. 경제적인 부분을 등한시하지 않겠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나를 속였던 어른들이 밉다. 공부하고 준비하겠다.

9. 더 열심히 다른 이들을 돕겠다. 그러지 않으면 삶에 무슨 의미가 남을까...

10.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겠다. 조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하겠다.

https://brunch.co.kr/@ujw8907/97


<사랑과 자비의 신께...>

모든 것을 반성하며

가장 낮게 엎드리오니...

저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https://brunch.co.kr/@ujw8907/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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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