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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등교 3일 차

'한국 학생은 수학 천재라는 의미를 알아버렸다."

by 한나Kim Feb 06. 2025

  1월 21일에 새로운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이곳에서 1년간 오밀조밀 즐겁게 살아야지. 둥이 학교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제일 큰 쇼핑몰도 걸어서 10분, 심지어 로버트가 일하는 곳도 걸어서 20분이다. 아무튼 최적의 장소에 있는 집이라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드디어 둥이가 등교를 했다. 내가 오히려 흥분이 되어 신난 어린이처럼 첫날 같이 학교를 가며 계속 이 노래를 불렀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둥이야~ 나는 너희들이 부러워. 엄마도 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녀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 있거든. 그랬담 진짜로 재미있게 다녔을 것 같아~ 너희들은 지금 온 세상 어린이를 만나러 여기에 온 거야. 엄마 대신 더 신나게 다녀줘~"


  혼자 방방 뛰는 나를 보며 둥이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고 싶은데 무슨 소리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사실 등교하기 4일 전에 둥이의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약 20분간 면담을 했었다. 아주 하게 생긴 남자 선생님으로 작년에 이 학교에 왔고, 올해 전임 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긴장이 되었지만, 선생님을 본 후 꽤 마음이 놓였다.


  그가 둥이에게 무슨 수업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자, 둥이는 "체육이요!"라고 답했다.


  그 답을 듣고 너무 좋아하며 자기는 테니스, 축구, 권투 그리고 체스까지, 세상의 모든 운동을 다 좋아하고 잘한다고 했다. 거기에 덧붙여, 자기도 체육시간이 제일 좋고 그다음이 점심시간이라고 하면서 순간 나와버린 솔직한 발언에 당황했는지 얼굴이 빨개지며 웃으셨다.


  그렇게 말할 때 그의 표정이 진실 그 자체였기 때문에 뭔가 그걸 보면서 이상하리만큼 나는 마음이 놓였다. 공부는 안 시키겠구먼~ㅎㅎ 싶었지만 둥이가 1년간 즐겁게 학교를 다니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 거 같다는 느낌이 팍 들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2월 3일 첫 등교날, 교실에서 나오는 둥이에게 '오늘 어땠어?'를 물었더니 대답이 특별했다.


  "엄마! 오늘 수학시험을 봤거든. 더하기 25문제, 빼기 25문제, 곱하기 25문제, 나누기 25문제! 이렇게 총 100문제. 근데 이걸 못 푸는 애들이 많아서 진짜 깜짝 놀랐어. 우리는 100문제 2분 30초 만에 다 풀었는데, 내 옆에 짝은 8분 동안 반도 못 풀고, 심지어 푼 문제도 반이나 틀렸어. 아니 10+7을 왜 고민하는 거야??"


  "선생님이 나누기는 곱하기랑 같다는 설명을 해주셨거든. 근데 반 애들이 거의 다 이해를 못 했어... 어떻게 그걸 못 알아듣지??? 24를 4로 나누면 6인데, 24는 6 곱하기 4다. 이런 식으로 설명해 주셨는데 말이야"


  "우리가 너무 빨리 푸니까 옆에 애들이 흠짓흠짓 놀랐어. 애들이 우리 수학 천재라고 생각하는 거 같던데??"


  한국에서 온 아이들 대부분이 수학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던데... 아 이게 그거였구나.. 어찌 보면 주입식 교육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자동으로 풀어지는 연산 훈련의 마법이랄까 ;;


...


  둘째 날, 하교하는 둥이를 기다리는데 유리창 사이로 담임선생님이 살짝 보였다. 근데 머리에 하얀색 헤어밴드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하시더니 수업 중에 테니스용 헤어밴드를 하고 계시네~' 싶었다.


  그때 둥이가 교실을 나오면서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오늘 수영장에서 우리랑 놀다가 어떤 애가 던진 공을 맞으면서 머리를 벽에 박았는데, 피가 많이 나서 붕대로 감았어."

  

  어머나, 헤어밴드가 아닌 붕대였던 것이다... ;;  


...


  셋째 날, 둥이가 교실에서 나오며 이소룡이 Bruce Lee인지 물어보았다. 그걸 어찌 알았냐 하니, 선생님이 매일매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브로마이드를 가지고 와서 벽에 붙이고 있는데, 오늘은 이소룡을 가져왔다고 한다. 또 누가 있냐고 물으니 마이클 조던, 마이클 잭슨, 자기만 아는 복싱 월드 챔피언 등등 이란다 ㅎㅎ



  우리 쌤은 내가 느꼈던 첫인상의 느낌, 딱 그대로였다. 20분 공부하고 애들 데리고 나가서 뛰어놀기, 20분 공부하고 나가서 문어 게임하기, 20분 공부하고 또 나가서 잡기 놀이 하기. 매일 1번씩 수영장에서 다 같이 수영하기. 시험 시간에 팝송 틀어놓고 들으면서 풀기.


  완벽하지 않은가? 초등의 마지막을 강렬하게 놀게 하고 싶어서 뉴질랜드로 왔는데, 그래서 일부러 북섬이 아닌 남섬으로 왔는데! 나의 이런  계획에 선생님께서 지대한 도움을 주실 듯하다ㅎㅎ



  앞으로 둥이의 학교 생활 그리고 담임 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짬짬이 작성하도록 하겠다.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이 긴장감이 풀렸다고 한다. 아직 친구는 한 명도 없지만 말이다 ㅎㅎ


  이제부터 매일 둥이의 점심 도시락을 싸야 한다. 한국이라면 질색을 했겠지만, 여기서는 희한하게 이것도 은근 재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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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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