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힘인 덕질, 호기심, 관심

안 디 무지크에서 뻗어나온 이야기

by 이아

초, 중학교 때는 클래식 음악과도 좀 친했던 기억이 납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에 대해서 음악시간에 배우고, 시험공부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매우 흐릿해져서 이게 기억인지, 내가 기억이다라고 믿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그 목소리도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은 뭔가 광활하고, 격정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삶을 사신 것 같고, 그의 음악에서도 그러한 삶이 느껴지고, 모차르트는 재기 발랄하면서 음악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모차르트 영화 '아마데우스'를 재미있게 본 기억은 나는데 모차르트를 시기 질투하는 살리에르의 표정만 기억이 날 뿐 그 외 영화에 대해선 아무것도 기억이 남아있지 않네요.


슈베르트는, 좀 소박하고 애잔한 느낌을 주는데 어~ 정말 슈베르트 다른 건 몰라도 '겨울 나그네', 이 음악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제가 꼬마 아이였을 때 이미숙, 강석우, 이혜영 배우님이 나온 미니시리즈 드라마 제목이 겨울 나그네였고, 그 드라마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배경음악으로 깔렸고, 그 음악 중에서 '보리수'를 참 좋아했습니다.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들으면 시공간을 초월해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fantastic 한 느낌을 받았죠. 그러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 한 곡 더 있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 아저씨가 부른 'An American Hymn'이라는 곡입니다. 그 곡도 나중에 또 써봐야겠습니다.


초등학생 때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아저씨(Dietrich Fischer Dieskau)의 목소리로 겨울 나그네를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나서 아마 2007~2008년 즈음에 이안 보스트리지라는 사람이 겨울 나그네를 부르는 모습을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고 말았습니다.


와~ 이 사람은 뭐지? 삐딱하게 서서 눈빛은 저 세상에 가 있고, 흔히 알고 있던 성악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에서 벗어난 기이한 분위기에 순간 빨려 들었습니다. 분위기는 기이하나, 목소리는 너무 아름다워서 그 간극이 너무 아찔해서 제 뇌의 한 부분에서 강렬하게 각인이 되었습니다.


이 분을 잊고 살다가, 2017년에 제가 한창 헤매는 인간 버전이었을 때, 대형 서점에서 이안 보스트리지가 표지로 실린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세계 최고의 테너, 노래하는 인문학자, 헐~ 그 특이한 느낌이 이 분의 이력과도 관련이 있구나.


호기심에 그 책을 사지는 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손가락으로 검색을 해 보았죠. 아래는 yes 24에서 복붙 해온 문장입니다. 허~얼! 저의 사람 보는 안목에 놀랐네요. 그리고 이안 보스트리지를 유튜브로 폭풍 검색했습니다. 역시, 대단하신 분입니다. 매료되었습니다. 박사 논문의 주제가 너무 흥미로워서 뽱~! 하고 터졌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독일 가곡 해석자이자 테너.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1990년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1993년 스물아홉의 늦은 나이에 테너로 데뷔했다. 당대 최고의 성악가 피셔 디스카우의 권유로 직업 성악가가 되었다. 오페라와 가곡 음반으로 수많은 상을 휩쓸었으며, 1998년에는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 상을 수상했다. 2001년 옥스퍼드 크리스티 대학의 명예교수로, 2010년 옥스퍼드 세인트 존 대학의 명예교수로 임명되었다. 2004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CBE(Commander of British Empire) 훈장을 받았다.


지금도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오가며 활발하게 공연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특히 [겨울 나그네]를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0차례 이상 공연했다. <그라모폰> 지가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 노래의 핵심에 도달했다”라고 평할 정도의 풍부한 경험과 음악 지식, 학자로서의 견해를 바탕으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가 지니는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다양하게 풀어냈다. 보스트리지는 이 책으로 2015년 최고의 논픽션에 주어지는 영국의 더프 쿠퍼 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쓴 책으로는 『한 가수의 노트북 A Singer’s Notebook』과 박사 논문 「1650년경부터 1750년경까지 마법과 그 변천사 Witchcraft and Its Transformations c.1650-c.1750」가 있다.



저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접하면, 그 사람이 궁금해집니다. 그리하여 제가 읽었던 수많은 책의 저자들, 들었던 수많은 음악의 뮤지션들과 관련 활자와 인터뷰 동영상들을 계속 파헤칩니다. 그러한 덕질이 저의 내적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어 줌과 동시에 외적인 인간관계에 소홀하게도 해 준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은, 그러한 덕질과 호기심, 관심이 나를 살리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우울해지면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어지기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즐길 수 있는 것도 능력입니다. 현실이 힘들 때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슈베르트의 안 디 무지크를 다시 한번 접하게 된 것은 2020년에 코로나 시작 직전인가, 직후인가 그때 즈음 한 내담자가 상담시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 이야기를 하길래, 호기심에 보았습니다. 아~ 좋았습니다. 주인공이 안 디 무지크를 부르는 모습은 이안 보스트리지의 젊은 시절 모습만큼이나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술보다, 간절함! 간절함을 가지고 오디션을 보는 주인공, 나도 그렇게 간절함을 가지고 내 삶을 다시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을 꼭 기억하려고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겨울이니까 겨울 나그네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tmc4BYLhH0c

An die Musik - Ian Bost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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