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

by 빈그릇 Mar 26. 2024

전방위적으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직장에서 온라인에서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아이를 낳아야한다는 말을 계속 듣고 있다. 5년차 유부남이 아직도 아이를 갖고 있지 않으니 정말 이상해보였나보다. 내게 애를 언제 낳냐고 보채지 못해서 안달이다(내 체감이다. 진짜로 안달난 사람은 없겠지. 당연히).


열받는 것은 사실 난 아이를 낳고 싶다는 것이다. 낳고 싶은데 못낳는 것이다. 아내와 합의가 되지 않아서. 이렇게 살다간 정말로 아이 없이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리고 너무 부럽다. 아이를 낳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저 사람들. 물론 까보면 각자 엄청난 고통과 힘듦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튜브 등에서 자꾸 육아, 출산 관련 콘텐츠를 보게 된다. 육아 브이로그, 신생아 브이로그, 세 살 브이로그, 기타 육아 관련 콘텐츠  등등 온라인에는 아이 관련 콘텐츠가 정말많다. 그런 콘텐츠의 댓글에는 공동적으로 나오는 유형의 댓글들이 있다. 아이를 낳고 인생이 달라졌고, 아이는 내 행복의 원천이자 내 존재이유고, 아이를 낳고 나서야 인생의 의미가 생기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아이를 낳고 나서야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 아이을 낳아야 어른이 된다. 딩크족은 이기적이다 등등


그런 댓글들을 보고, 또 직장에서 그런 말들을 들으면 억울하다. 나는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진정한 행복도 모르고 성숙하지도 않고 어른이 되지도 못한 인간이 되었다. 30여년 동안 나로 살기위해 나름 노력해 왔는데 아이가 없다는(앞으로도 없을 수 있다) 이유로 생이 부정당하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지가 않다. 왜 낳지 않느냐. 하루라도 빨리 낳아야 한다. 늦으면 고생이다. 애를 낳아야 어른이 되는거다. 무슨 문제 있는거냐. 애를 낳아야 진짜 행복을 알 수 있다. 등등


그런 말들을 들으면 억울함과 동시에 궁금증이 든다. 왜 저 사람들은 애를 낳았다는 이유로 나한테 이토록 무례하게 굴까. 내 기분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막말을 해대면서 무슨 어른이랍시고 자평하는 걸까. 열받는다. 쓰면서 더 열받는다. 다 패버리고 싶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불임부부, 난임부부, 장애인, 비혼주의자, 딩크족 성직자, 스님 심지어 교황까지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진정한 행복도 모르는 철부지들이다. 


아 억울하다. 물론 신경쓰지 말라고 니 인생살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계속 저 따위 말을해대니 열받는거다.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못건드려서 안달인 것인가. 


이런 고통을 그만 겪고 싶다. 제발. 



작가의 이전글 잠이 안온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