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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메뉴

by 빈그릇 Jul 25. 2024

점심을 먹어야 한다. 점심을 먹는 일은 내게 있어 상당히 중요한데,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기에 왜 중요한지는 생략하고자 한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추어탕이다. 미꾸라지를 갈아서 만드는 음식이다. 산 채로 믹서기에 갈리는 느낌이 어떤 것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으므로 상상을 하지 않도록 한다. 추어탕은 그리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음식도 아닌데, 그 이유는 이걸 자주 먹을 일 자체가 없어 아직 호불호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왕 먹게 되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먹고자 다짐했고, 실제 마음도 즐거워 졌다. 마음이 즐거우면 먹을 때도 즐겁지 않겠는가. 물론 산채로 갈릴 미꾸라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안좋은데, 따지고보면 나는 이제껏 살면서 너무 많은 악행과 잔혹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고, 그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기 때문에(음식을 먹는 데 있어서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게 어떤 위선처럼 느껴져 내 자신이 싫어지는 데, 미꾸라지 때문에 나 자신을 싫어하는게 참 웃기다가도 하나의 생명체로서 나와 미꾸라지가 다른 게 무엇인지 그들도 살고자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추어탕을 먹어야 한다. 이에 대해 길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점심시간까지 20여분이 남았고, 그 사이 동안 할일이 없는데 마침 글쓰는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참 알수 없는 인생이다. 방향도 깊이도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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