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과 사투를 벌이는 아이에 대하여 (3)
그 후로 1년이 넘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평소의 패턴을 잡으려고 무한히 노력하였지만, 새벽에 아이는 반드시 깼다. 주로 새벽 1시~3시 사이에 잠에서 깨어나 자지러질듯 울음을 터트렸고, 자기방문을 열고 나와서 안방에서 자고 있는 내 옆에 와서 울었다. 결국 나는 우는 아이를 안고 다시 아이방 침대에 누워 재워주었고,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안방으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1-2시간 후에 아이는 다시 울면서 나를 깨웠다. 결국 새벽에 두 세번 계속 잠못자고 깨는 것보다 차라리 비좁은 아이방 침대 안에서라도 잠들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렇게 나는 1년이 넘는 기간동안 비좁은 침대 속에서 불편한 잠을 자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아이가 세 돌이 되어갈 즈음, 흔히 사용하는 조금씩 멀어지기 방법을 써보았다. 침대 밑에서 잠들기 기다려주기, 조금더 멀리서 잠들때까지 기다리기, 그리고 그 다음에 조금더 멀어지기, 방문 앞까지 멀어지기, 방문 밖에서 방문만 열어두기, 이런 식으로 조금씩 멀어지면서 아이를 혼자 자는 데에 익숙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나름의 효과를 보는 듯 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아이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 '엄마는할일이 좀더 남았고, 일 마치고 안방에서 잘 거니까 너는 침대에서 잘 자는 거야.'라는 메시지를 전달시키는 편이 더 맞았다.
몇 번의 단호하면서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태도로 자연스럽게 나는 '잘자' 인사만 하고 문을 닫고 나오는 데 성공했고, 몇 번은 아이가 쪼르르 달려나와서 방문을 조금 열어두고 다시 침대로 쏙 들어가곤 했지만, 아이가 잠든걸 확인하고는 슬쩍 문을 닫아주면 그만이었다. 드디어 나에게 다시 수면의 기적이 찾아 오는구나! 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그렇게 약 2달의 기적적인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밤, 평소대로 아이가 잠이 들기 전에 먼저 나와서 거실에서 집안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아이가 기겁한 표정으로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무슨일이냐고 묻는 나에게, 아이는 괴물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에도 잠들면서 저기 카메라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자기를 지켜볼거라고 하기도 했다.
아하.
우리집에 예전에 시터이모님을 모실때부터 쓰던 홈카메라가 한번씩 갑자기 빙그르르 돌면서 세팅되는 경우가 있는데, 하필이면 아이가 잠들려고 하던 찰나에 카메라가 돌면서 드르륵 소리냈던 모양이다. 어른도 갑자기 카메라가 돌아가면 깜짝 놀라는데, 아이는 어련했을까. 결국 그 날로 아이방에 있는 모든 홈카메라를 치워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으나, 아주 잠깐 찾아왔던 분리수면의 기적은 또다시 기억을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