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현적 나르시시스트가 평판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방식
처음엔 기분 탓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 평소 가깝던 C마저 날 멀리하는 눈치였다. 특별히 어떤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게 불만을 표하는 것도 아니어서 따져 묻기도 애매했다. 난 점점 팀 내 외톨이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C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대표님이랑 개인적으로 얘기한 적 있어?” 어리둥절했다. 불러서 간 적이야 있어도 내가 따로 면담을 신청한 적은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C는 나에 관해 도는 소문을 전하며 사실인지를 물었다. 소문은 이랬다. 내가 대표를 찾아가 상사 험담을 했다는 거다. 그것도 무능력해서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는 거다. 내가 어이없어하며 그럴 리가 있겠냐고 하자 C는 혼란스러운 얼굴오 “그래?”하고 되물었다. 난 답답한 마음에 아무리 상사가 별로여도 그러는 게 말이 되냐고 항변했다. 그러곤 물었다. “넌 그 소문을 믿은 거야? 내가 그럴 것 같아 보였어?” C는 그제야 “좀 말이 안 된다 싶긴 했어”라며 무안해했다.
소문의 진원지는 P였다. 어느 날 팀원들을 불러 모아선 “이런 말은 안 하려 했는데”라며 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대표를 찾아가 상사 험담을 했고, 그걸 상사가 알고 괜한 팀원들에게 화풀이한 거라며, 그러니까 요즘 상사가 팀원들을 힘들게 한 게 전부 내 탓이라는 거였다. 전부 사실무근이었지만 팀원들은 P의 말을 쉽게 믿었고 소문은 여기저기 퍼졌다. 다른 팀 사람들까지 나를 보는 시선이 냉랭해졌다.
이처럼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퍼뜨려 누군가의 평판과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스미어 캠페인(Smear Campaign)’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거나, 자신보다 뛰어나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때 나르시시스트는 이걸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인다. 공격받은 이들은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처벌은 당연한 결과다. 스미어 캠페인은 나르시시스트가 상대방에게 벌주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나르시시스트는 주로 상대방의 작은 결점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전달하고, 사실을 조각내어 맥락 없이 일부만 유포하기도 하고, 전문성, 인간성, 사생활을 문제 삼는 루머를 흘린다. 특히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이걸 조용하고 은근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실행한다. “그 사람은 좀 걱정되더라. 나야 이해하는데…” “더 자세히는 얘기할 수 없고. 그냥 좀 조심해.” “나도 들은 얘기일 뿐이야…” 걱정이나 조언 혹은 정보 공유 등을 가장해서 상대방을 교묘히 비방한다. 이들의 조심하는 척하는 모습에 듣는 사람은 쉽게 속는다.
또한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는 직접 나서기보다 조력자(플라잉 몽키(flying monkey))를 내세워 대신 소문을 퍼트리고 타깃을 비방하는 일이 많다. 물론 플라잉 몽키는 대체로 나르시시스트에게 이미 세뇌된 상태다. 이들은 나르시시스트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정의롭다고 여기며 진심으로 나르시시스트를 대변한다.
이러니 사람들은 “저 사람까지 나서는 걸 보면 사실인가 봐”라며 소문을 더 믿는다. 소문은 금세 사실이 되고 말은 점점 보태진다. 타깃은 서서히 고립된다.
스미어 캠페인의 가장 큰 위험성은 사람을 조용히 파괴한다는 점이다. 소문은 나도 모르는 새 만들어지고, 반박할 기회도 없이 빠르게 퍼진다. 당하는 사람은 침묵하면 무기력해 보이고, 대응하면 예민해 보인다. 결국 사회적 신뢰, 인간관계, 직장 내 지위까지 무너질 수 있다. 피해자는 이유도 모른 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고립된다.
이런 전략은 증거 없이 의심을 조장하고, 조직 내 공기를 조종하며, 심할 경우 퇴사나 이직 혹은 우울증 등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은밀하고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위험하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심리적 동기가 있다. 첫째는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인기가 많거나, 주목받는 사람을 경쟁자로 여기고 제거하려는 것이다. 직접 대립하면 자신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으니 은밀한 방법을 택한다. 둘째는, 관계나 상황에서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낄 때, 소문을 퍼트려 상대방의 사회적 위치를 약화시킴으로써 통제력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셋째는, 자신의 ‘좋은 사람’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겉으로는 우려나 걱정처럼 포장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다.
스미어 캠페인에 대처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얽혀있고 나의 평판과 신뢰가 이미 무너졌기 때문이다. 회복하는 데는 꽤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전략은 장기적으로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1. 감정적 반응은 자제하기
공개적 분노는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한다. 차분하게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2. 신뢰할 수 있는 관계부터 회복하기
모두를 설득하려 애쓰지 말고, 핵심 인물과 진정한 관계를 쌓는 것이 효과적이다.
3. 행동으로 신뢰를 쌓기
말보다 일관된 행동과 태도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자.
4. 필요할 땐 조심스럽게 대면하기
“내가 그런 말을 했다던데, 무슨 의미였는지 궁금해서”처럼 침착하게 질문하되, 제삼자 앞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증거 남기기
메시지, 대화 내용 등을 기록해 두자. 나중에 방어 자료가 될 수 있다.
6. 과도한 해명은 금물
해명은 짧고 명확하게. 너무 길면 도리어 의심을 키운다.
스미어 캠페인은 단지 험담이 아니다. 평판을 파괴하고 삶의 기반을 흔드는 정교한 공격이다. 특히 내현적 나르시시스트가 벌이는 경우, 피해자는 오랫동안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침묵 속에서 무너져간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들이 결국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모순된 말, 반복되는 이간질, 조작된 서사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난다. 진실하게 행동하며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쌓는 것. 그것이 유일한, 그리고 가장 강한 대응이다. 그들은 결국 자신이 뿌린 거짓말에 스스로 걸려 넘어지게 되어 있다.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한, 당신은 반드시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