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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12. 2020

리더는 리드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고 결정을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있다. 당연히 그런 리더는 늘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다. 긴 휴가는 말할 것도 없이 하루 이틀 쉬는 것도 불안해한다.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항상 피곤해한다. 그 피곤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해진다. 시시때때로 짜증을 내고 언성을 높인다.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항상 힘들고 피곤한 존재니까. 그들은 종종 내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냐며 이래서 내가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한다. 신세 한탄을 하는 건지 은근 자기 자랑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뭐 어쨌든 그렇게 만든 게 누구일까? 본인이다. 본인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일일이 간섭하고, 작은 것 하나도 보고하게 만들고, 하나하나 지적하고, 자기 결재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은 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의욕도 없다고 생각한다. 시키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잘 생각해 보라. 내가 생각도 하기 전에 일을 시키고 내가 하는 일을 믿지도 않으며 일일이 토를 다는데 누가 알아서 일을 할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더 편할 걸. 공부는 해서 뭐하나 발휘할 기회가 없는데.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리더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는 이유는 뭘까?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직원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건 아닌가, 때론 나보다 뛰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직원이 성장하는 걸 내심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늘 태클을 걸고 의욕을 꺾어놓는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켈리델리(KellyDeli) 회장 켈리 최는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보통 회사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면 사장을 ‘운전대를 쥔 기사’라 생각하기 쉽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사란 ‘빈틈없는 내비게이션을 갖춘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다. 좋은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훌륭한 인재들이 알아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회사, 사장이 장시간 자리를 비워도 아무런 타격이 없는 회사가 바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회사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장은 통찰력을 발휘해 멀리 바라보고 목적지를 정하는 사람 즉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기업문화를 만들고 인재를 길러내고 그들에게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리더로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것은 그가 그 자리를 떠나자마자 조직이 붕괴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리더십의 궁극적인 과제는 인간의 에너지와 비전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더들에게 바란다. 나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전에 직원을 먼저 신뢰해라. 그리고 그들의 능력을 키워줘라. 물론 자신도 성장해야 한다. 또한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 줘야 한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는데 열심히 달릴 사람이 어디 있나. 리더는 절대 리드하는 사람이 아니다. 달릴 수 있게 돕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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