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오늘도 친절한 편의점 사장님
실내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되면서 얼굴을 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내담자들 얼굴이 그렇고, 내 얼굴도 '이미 알고 지내는'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보여야 할 일이 생겼다. 프로필 사진을 찍었던 날 기분 좋게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조금 당당하게 편의점에 들어섰다. 얼굴을 보여드려야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눈을 보고 내 얼굴을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다시 내 눈을 바로 보며 놀란 듯 반기는 사장님의 역동적인 표정 변화에 "얼굴은 처음 뵙지요. 아이구, 반갑습니다"하는 인사가 내 입에서도 흘러나왔다.
사장님은 예쁘다, 코도 오뚝하다 하시면서 신기하게 내 얼굴을 보시고는
"이렇게 예쁜 얼굴을 여태 마스크로 가리고 다녔어?"
아이구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화장을 좀 했어요. 코가요? 아니 그럴 리가요. 그냥 코인데요. 하며 중얼중얼 어쩔 줄 몰라하는데 마지막 말에 함께 빵 터지고 말았다. 어찌나 웃음소리가 호쾌하시던지 강한 전염성으로 나까지 웃게 만드는 사장님. 잘 봐주면 인상 좋게 생겼고, 좀 더 호감을 보인다면 예의상 동안이라는 말이면 족한 얼굴인데 무엇이 예뻐 보였는지 사장님의 말이 너무 진심 같아서 예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 대단히 예쁘다 해도 그 사람 얼굴을 보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좋은 일이어서 계를 탄 것에 비유할까. 예쁜 당신 얼굴을 보니 계를 탄 것처럼 좋은 일 같고 그만큼 기분이 좋다는 의미인지라 재미있고 황송하고, 날 직접 봐서 반가워하고 기뻐하시는 모습에 덩달아 흥겨워진다. 말 한마디와 솔직한 감정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 친절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사장님의 정겹고 따수운 기운이 봄날같이 포근하다.
뒤따라오는 현타. 전문가에게 헤어메이크업받은 모습을 첫인상으로 남겼으니 나는 좀 조심해야겠다. 다시금 마스크를 쓰고 내려가는 편의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