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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Mar 27. 2023

만만치 않은 배우 아내 심리학자의 삶

녹록지 않은 삶을 살며, 그래도 서로 사랑하자

심리학자라는 직업은 녹록지 않고, 배우의 아내라는 위치도 녹록지 않다. 고로 내 삶은 녹록지 않다. 남편이 공연 준비에 들어가면 모든 균형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속에 균열이 생기고, 우리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솔직하고 진솔한 소통을 하는 우리지만, 공연에 정신이 팔린 남편은 어딘가 늘 예민하고 거기에 아이의 건강 문제가 더해지니 요즘 들어선 가족 모두가 날이 서있었다. 


어젯밤 무슨 이야긴가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이다. 나는 뭔가 서럽고 삶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를 울적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남편은 내 마음속에 있는 누군가에 대한 부러움, 질투 같은 것들을 들으며 갑자기 sns의 역기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이래서 그런 마음이 드나, 저래서 그런 마음이 드나 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말을 들을수록 나는 sns에 빠져서 허황된 것을 쫓는 못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상한다. 한동안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서 그냥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면 안 돼? 하고 물으니


아니, 그건 그냥 기본 전제야. 자기는 너무 잘하고 있어. 그건 뭐 의심의 여지가 없잖아.


화가 난 것 같은 거친 그의 말투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인다. 나 잘하고 있구나. "거칠게 다시 한번 말해줘" 하고 이상한 애교를 부리다가 웃음이 터지고 우리의 긴장도 소강되었다. 남편은 처음 내 말을 들었을 때부터 세상 잘하면서 뭘 고민하고 있나 싶어 오히려 대화의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고 한다.




오늘 아침, 각자 빵을 하나씩 챙겨가기로 하고는 남편이 내 빵을 지퍼백에 담아주었다. 식탁 위에 예쁘게 지퍼백에 들어간 뱅오쇼콜라가 하나 있고, 갈갈이 찢어져서 위생팩에 들어가 대충 묶인 몽블랑이 하나 있다. 지퍼백이 내 거구나, 나도 위생팩에 대충 묶어줘도 되는데 싶은 마음에 이 빵이 내 빵인지 묻고는 챙겨 나왔다. 한참 후에 남편의 카톡이 도착했다. 내 빵이 이거냐 묻는 날 보고 왜 자기 빵은 안 잘라줬냐는 질문으로 들려서 신경이 쓰였단다. 한 번 기분이 상하는 대화를 하고서 내 기분을 자꾸 살피게 되었나 보다. 사랑한다고, 나 그렇게 꼬이지 않았다고 웃으며 한 번 더 말해주었다. 사랑해도 오해는 생기고, 사랑해도 힘은 들고, 사랑하기 때문에 잘 풀 수 있다. 날 선 긴장이 때로는 힘들지만 우리 이만하면 잘하고 있노라고, 공연 마무리하면 또 평화로운 시절이 찾아올 거라고 내 마음을 위로해 본다.


행복도 사랑도, 갈등과 고통이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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