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글을 이렇게 쓰게 될 지 몰랐네.
언니가 장난처럼 늘 이야기했지.
다른 새들보다 오래 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랑이는 내 장례식까지 보고 갈거라고.
10년, 새벽을 지저귐으로 맞이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해진 일상에 오늘로서 커다란 변곡점이 찍혀버렸다는 것이, 심지어 그게 누군가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섭리라 단순하게 치부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속상할 지 미처 몰랐지 뭐야.
갑작스런 너와의 이별에 온갖 감정과 추억이 물밀듯 밀려왔고 그래, 어렴풋이 예상했듯 나는 당연히 무너져버리고 말았지만 나는 너와의 시작을 결코 후회하지 않아.
콩알만해 부서질 것 같던 녀석이 어느덧 “안녕하세요”를 배워 재롱을 피우고, 꽤나 까칠하던 사춘기를 지나 사랑할매라 불리우기까지, 우리가 함께한 행복했던 시간들이 어떻게 후회의 대상이 될 수 있겠어, 다만 너에게도 그랬을까, 그랬어야 할텐데- 답을 구할 수 없는 의문이 남을 뿐이지.
조막만한 네 두 발을 통해
손가락에 전해지는 소박한 온기가
힘들었던 순간순간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주었는지.
지금 돌이켜봐도 우리 사랑할매, 그땐 정말 고마웠다 이야기해주고 싶네.
오늘은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을거라 했는데
날이 참 좋다, 사랑아
네가 그곳이 꽤나 맘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 날이 좋은거라고, 나 편한대로 조금만 이기적으로 해석해도 되겠지?
과분한 네가 내 인생의 찰나에 함께해주어 고마웠어, 진심으로.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사랑이가 원하는대로 훨훨 날자.
언니랑은, 조금 나중에 만나
2021.10.05 사랑이 별 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