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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일아빠 Nov 08. 2024

아베체(ABC)를 배운 지 1년 뒤...

[Plus] 독일어 학습, 어학시험의 종류


독일로 가야겠다고 대충이라도 마음먹은 것은 2018년 3월 경이였다. 당시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었다. 그저 '언젠가 독일로 유학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정도의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독일이냐고 묻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꼭 떨어지게 대답을 하기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경제적 이유가 컸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며 결혼을 하여 곧바로 세 명의 자녀를 내리 얻었다. 두 사람, 특히 아내는 더 깊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다섯 명의 가족이 되다 보니 유학을 하게 되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찮게 되어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어렴풋 누군가로부터 독일은 학비를 나라에서 해결해 준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어, '혹시 유학을 하게 되면 독일로 가야겠다' 정도의 가벼운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독일로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주변에 영미권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나 거주하는 사람들은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학창 시절부터 배워야 했던 필수과목에 영어도 있고 하니, 영국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은 많은 편이었다. 대학교 입학 방법은 어떻고, 어학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고, 입학시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는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독일은? 독일에서 유학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관문부터 난관이었다. 독일이라는 나라 자체는 유명하고 익숙한데, 주위에 독일의 유학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정보는 고사하고, 어떻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조차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주변 여기저기에 소문을 냈다.


"제가 독일에 관심이 있어요. 혹시 주위에 독일에서 유학을 했거나 사셨던 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그렇게 꾸준하게 소문을 내기 시작하고 한 3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조금씩 주위에서 반응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 분은 독일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하셨던 성악 교수님 가족이었고, 두 번째 만난 분은 독일에서 한인 선교를 하셨던 목사님이었고, 마지막 한 분은 독일에서 박사까지 공부하시고 현재는 대학교 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시는 분이었다. 그나마 성악 교수님 가족그해 6월, 직접 찾아뵙고 대면으로 대략 한 시간 정도 상담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분들과는 전화로 몇 차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6월 11일 성악을 전공하신 교수님을 만났다. 독일에 유학을 하기 위해서는 독일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독일어 어학시험 등급에는 A1, A2, B1, B2, C1의 순으로 난이도가 높아지는데 (이때 처음 독일어 알파벳을 아베체라고 부르고, '원-투-쓰리'를 '아인스-츠바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C1까지 마쳐야 비로소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보통 B1 정도가 되면 일반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니 B1까지는 한국에서 준비하고, 이후에는 독일에서 공부하는 편이 빠를 수 있으며, 본인은 남산에 있는 괴테 어학원에서 준비했었노라고 첨언했다.


정보는 정보일 뿐, 외적으로는 전혀 변한 것 없는 같은 일상을 살아갔다. 아침에 출근을 하고 저녁에 퇴근을 하고, 독일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에 마음 한 켠에서는 독일에 대한 마음을 더 깊어졌지만 누구도, 심지어는 나 자신조차 자각할 수 없는 아주 작은 틈이 생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 아주 작은 틈이 변화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나는 2019년 3월 초부터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괴테 어학원에서 저녁 주 2회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4월 30일에는 괴테 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았고, 같은 날 대학교를 졸업한 8년 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그 해 8월 6일. 드디어 가족을 대표해 가장 먼저 독일로 입국했다. 그러니까 독일어 알파벳이 아베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들을지 1년 2개월이 채 못되어 독일에 온 것이다. 독일에 입국하기 전까지 내가 획득한 독일어 수준이란 A1.2 수업까지 들은 것이 전부였다.


A2 시험은 봤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A1 공부한 지 한 달 뒤 A2 시험을 보는 어리석음이라니! 그만큼 당시로서는 여러모로 조급한 마음이 컸다.


지난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 5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려다 보니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무모한 사람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런 무지함과 무모함 덕분에 그런 엄청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싶다. 그 덕분에 이렇게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무엇인가 준비를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무엇인가 많이 알게 될수록, 자세히 알게 될수록, 머리가 아프고 걱정이 많아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도전은 어쩌면 하룻강아지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닐까? 


독일을  모를 때 독일을 꿈꿨고, 여전히 독일을 모를 때 독일로 떠나왔다. 어쨌든 그날이 내가 처음 멘 땅에 헤딩을 하던 첫 번째 순간이었다.  




독일생활 더 알아보기


한국에서 독일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특히 오늘날에는 유튜브와 같은 SNS를 통한 온라인 강의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고, 듀오링고(Duolingo), 버블(Babbel), 멤라이즈(Memrise) 같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단어와 문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서울과 부산, 대구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독일어 전문 어학원을 통하거나, 주한 독일어문화원(Geothe-Institut)에서 제공하는 정규독일어 과정에 등록하여 학습할 있다.  


독일어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분류방법, 예를 들어 영어의 토익 900점, 토플 24점과 같은 구분법은 소위 유럽 공통 언어 기준(CEFR,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이라고 불리는 방식에 따라 A1, A2, B1, B2, C1, C2의 6단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A1 수준을 초급, B1을 중급, C1을 고급이라고 하며, A2, B2, C2를 초급상, 중급상, 고급상이라 한다. 


A1은 간단한 일상적인 표현과 문장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사말이나 자기소개 등 독일어로 기본적인 소개와 답변이 가능한 수준이다. A2의 경우 익숙한 일상적 주제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B1은 자신의 개인적 관심사 및 일반적 내용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직장, 학교, 여가활동 등에 대해 설명하거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독일에서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B1 이상의 독일어 능력을 필요로 하며, 독일교육기관에서 학위 및 수학한 자격증이 없는 경우 B1에 해당하는 어학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B2는 중급상에 해당하며, 복잡한 텍스트나 전문적 주제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논리적이고 유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준에 해당한다. 따라서 독일어 어학 시험의 경우에도 B2부터는 의료, 학문, 직업에 관한 전문분야의 구분이 제공된다.


C1과 C2는 고급능력으로 구분하며, 다양하고 복잡한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모든 상황에서 유창하고 유려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독일 대학교에서 전문적으로 수학할 수 있으려면 C1 이상의 독일어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독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어학자격증명을 위해서는 아래 Goethe-Zertifikat, TestDaF(Test Deutsch als Fremdsprache), Telc(The European Language Certificates), DSH(Deutsche Sprachprüfung für den Hochschulzugang) 등이 있다.

주재독일어문화원에서 주관하는 괴테자격증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며, 학업뿐 아니라 취업, 이민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A1에서부터 C2까지 모든 분야에 응시할 수 있다.

TestDaF의 경우, 주로 대학입학을 위해 많이 응시하며 거의 모든 독일 대학이 이 능력을 인정한다. 보통 TDN 4 이상이 대학수학에 필요한 수준이다. 

Telc의 경우 괴테자격과 마찬가지로 A1부터 C2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특히, Telc B2 Beruf, B2 Medizin, C1 Hochschule 등 영주권, 전문직업현장, 대학 등 다양한 구분에 의한 시험이 제공된다. 괴테자격과 마찬가지로 Telc 역시 전 세계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어학자격이 된다.

DSH의 경우, 독일대학의 응시 목적으로 주로 활용된다. 시험은 오직 독일 현지에서 이루어지며 각 독일 대학교에서 치를 수 있다. 대학별로 시험의 신청절차가 달라질 수 있으며, DSH-2 이상이 되어야 대학입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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