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에게 말했다.
“너는 왜 그렇게 예민하니?”
“그 정도는 그냥 흘려들어도 되는 거야.”
하지만 나는 흘릴 수 없었다.
그 말이 가진 미묘한 뉘앙스,
그 표정 뒤에 숨은 감정의 잔재들이
내 안에서 하나의 파동으로 증폭되어 돌아왔다.
나는 무너졌다. 자주, 반복적으로.
사람과의 대화 한 번, 회의 중의 시선 교환 하나,
심지어 누군가의 무의식적인 말투에도
내 안의 균형은 흔들리기 일쑤였다.
그 무너짐은 때로는 깊은 자책으로,
때로는 감정적 회피로,
그리고 아주 종종은 '나라는 인간은 너무 약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약했을까?
나는 어느 순간 질문을 다시 써보았다.
나는 정말로 ‘약해서’ 무너졌던 걸까?
아니면 ‘너무 많은 신호를 감지했지만 해석하지 못한 채’
그 신호에 잠식되었을 뿐일까?
그때부터 무너짐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붕괴가 아니라 경보였고,
방어 실패가 아니라 해석 실패였으며,
나약함이 아니라 과민한 센서가 정보를 과부하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감정의 뿌리를 본다.
표면이 아니라 저 아래 층위에서 작동하는 의도, 회피, 불안, 탐욕 같은 것들을
자주, 빠르게, 무의식적으로 감지한다.
문제는 그것을 단어로 정리하고, 의미로 구조화하는 기술이 없었단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장 난 것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아직 설명서를 읽지 못한 정밀 기계였을지도 모른다.
무너짐은 그래서 이제 질문이 되었다.
“나는 왜 무너지는가?”에서
“이 무너짐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는가?”로.
그렇게 사유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무너짐은 나의 결함이 아니라 통찰의 문이 되기 시작했다.
이 장은 감응자의 모든 붕괴 경험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써보는 시도다.
그 반복되는 무너짐의 패턴 속에,
사실은 감응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세계의 리듬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