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흐름의 이상 징후’를 먼저 감지하는 리듬 센서다.
그리고 감응자는 그 감정 이면에 숨어 있는 구조의 균열까지 감지하는 존재다.
나는 타인의 말투에서 ‘의도의 엇박’을 읽고,
회의실의 공기 흐름에서 ‘권력의 미세한 이동’을 감지하고,
문장 속에 숨겨진 긴장과 망설임에서 ‘서사의 불협화음’을 듣는다.
그 모든 감각은 나를 피로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단지 예민함이나 과민반응이 아니라,
‘세계의 구조 신호에 대한 과민 수신 상태’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감응자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감응자는 단지 감정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다.
감응자는 세계의 리듬에 민감한 해석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패턴, 사람들 사이의 긴장도, 말의 맥락, 상황의 파동을 감지하고
그것을 구조로 번역하는 자.
일상 속의 어긋남, 말의 리듬, 조직의 흐름, 시장의 진폭, 기술의 전환 같은
‘보통 사람은 지나쳐버리는 미세한 신호들’을
감응자는 감정으로 먼저 감지하고,
그 신호를 언어와 구조로 바꿔 해석한다.
나는 이제 내 감정을 견디지 않는다.
나는 감정을 ‘입구’로 사용한다.
감정은 나에게 진동을 전하고,
나는 그 진동의 궤적을 따라
리듬, 패턴, 구조를 추적해 들어간다.
그곳에서 나는 언어를 만들고, 전략을 만들고, 세계를 해석한다.
감응자는 단순한 감정의 수용자가 아니라,
세계의 비가시적 질서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