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슈 대신 손수건 쓰기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조금 참고 먹으면 또 그렇게 콧물이 흐른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나면 내 자리에는 코 푼 휴지가 쌓여 있다. 마주 앉은 사람 보기에 민망하다. 내가 먹은 자리를 치우는 식당 종업원에게도 미안하다. 좀 참아보려고 해도 참아지지 않는다. 콧물을 들이마시는 것은 식사 중에 또 얼마나 예의 없는 짓인가.
가만히 보니 매운 음식뿐 아니라 더운 음식을 먹어도 냅킨이 필요했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는 티슈를 끼니당 한 장은 쓰고 있었다. 입가도 닦고 콧물도 닦고 식탁에 흘린 것도 닦기는 하지만 매일 세 장을 쓴다고 생각하니 많아 보였다. 한 달이면 90장이다. 한 상자에 200매가 들어 있는데, 식사 때만 쓰는 것도 아니니 나는 거의 한 달에 티슈 한 상자의 절반을 쓰는 셈이다. 이렇게 많이 쓰는 줄 몰랐다.
티슈 상자는 언제나 손 닿는 곳에 있는 것이 좋아서 집 여기저기에 두고 쓰고 있다. 식탁 옆에 하나, 텔레비전이 있는 방에 하나, 화장대가 있는 옷방에 하나, 안방에 하나. 한 곳에 머물며 한 상자에서만 뽑아 쓰는 게 아니라 얼마나 쓰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저 상자가 비면 새 걸 갖다 놓았을 뿐이었다.
티슈 몇 장 쓰는 게 뭐 그리 대수냐 싶지만 그만큼 쓰레기가 생기는 것이고 그만큼 지출이 생기고 그만큼 나무가 쓰러지는 것이니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식사 때만이라도 티슈를 쓰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식사할 때는 티슈 대신에 식탁 옆에 손수건을 두고 쓰는 것이다. 마침 집에 가제 손수건이 하나 있어서 시도해 보았다.
식사 때 티슈 대신 가제 손수건을 쓴 지 보름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손수건이 티슈보다 뻣뻣한 것 같았지만 차차 적응되었다. 저녁마다 손수건을 빨아 거실에 널었다. 매일 손수건을 빠는 것이 귀찮기는 하다. 이를 닦을 때 손수건을 챙겨가 빠는 습관을 들였다. 작은 손수건이지만 겨울이라 가습도 덤으로 얻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티슈 대신 손수건을 쓰고 나니 쓰레기를 조금 줄이고 티슈를 새로 살 날을 늦추고 집 안의 습도를 올렸다는 것이다. 더불어 서랍장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손수건이 쓰임을 찾게 되었다.
밖에 나갈 때는 손수건을 잘 안 쓰게 되는데 외출이 잦아지면 그것도 고려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