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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Jan 19. 2024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나의 우울이당신의 우울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폭신한 구름에 누워보고 싶어

산 중턱에 올라 그것을 쥐었더니

생각만치 따뜻하기는커녕

되레 몸을 차게 하고

그저 아스라이

모래성처럼 부서지던 것이었습니다


수분을 바라는 꽃가루 사이에서도

어떤 꽃가루는

꿀벌의 다리에 매달려

바람을 맞고

풀 내음을 맡으며

세상을 여행하는 게 꿈이었을지 모르죠


이웃과 친구와 가족과 등불이

한 데 어울려

걱정 없이 노니는 곳

달걀가리 같은 미래를 향해

그저 하염없이 거닐었을 뿐인데

도착해 보니 그곳에 나는 없었습니다


나의 지금과 당신의 지금은 달라요

그러니까 나의 우울이

당신의 우울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구름이 부서진들

이제 나는 하늘을 경치 삼아

나무에 기대 콧노래를 부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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