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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방 나그네 May 20. 2024

샐러던트, 그리고 돈

내 월급은 등록금으로

돈.

샐러던트 생활의 가장 크고 치명적인 단점이다. 학위과정에 등록하길 희망하는 동료들에게 꼭 얘기해 주는 말이 있다. 


본인 월급 다 등록금으로 갈아 넣으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학교마다 등록금은 상이하지만 대학원의 학비는 만만치 않다. 학교가 국립이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사립학교면 상황은 더 처절해진다. 500만 원에서 70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매 학기마다 지출해야 한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월급쟁이들은 자신의 여윳돈 대부분을 털어 넣어도 턱없이 부족하다. 동료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열에 아홉은 멈칫한다. 나는 거기에 해맑게 웃으며 쐐기를 박아준다.


"석사과정 2000만 원, 박사과정 2500만 원입니다. 기타 비용 다 빼고 등록금만 계산했습니다, 손님."


"등록금만요? 아니 우리 학부 때 국가장학금 같은 것도 있고... 뭐 열심히 했을 때 학교에서 주는 돈은 없어요?"


"네, 직장 다니는 너 님은 해당 안되세요. 그리고 직장 다니면서 성적우수 불가능하십니다."


"그럼 기타 비용은 뭐예요?"


등록금 말고 다른 비용이 있다고? 물론 주간대학원과 야간대학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먼저, 주간에 수업을 하는 일반대학원의 학생일 경우 기타 비용을 내야 할 경우가 거의 없다. 전업으로 '공부'를 할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기에 순수하게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연구실 사용료가 있긴 하나, 그것도 선택사항이며 비용도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주간대학원일 경우 읽어야 할 책과 논문의 양이 많기에 도서 구입이나 논문을 인쇄하는 데서 자잘한 비용이 들 수 있는 정도다. 


야간에 수업을 하는 대학원은 또 다른 세계다. 야간대학원의 목적이 직장인들의 '재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대부분 직장인들이 오며 '친목' 비용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보자면 야간대학원에는 학생들이 만든 '원우회'의 원우회비를 매 학기 내야 한다. 한 학기 10-20만 원 정도 금액인데 등록금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것도 모이면 큰돈이다. 


물론 소수지만 끝까지 안 내고 버티는 사람들도 있다. 원우회비는 반드시 내야 하는 돈이 아니기에 '강제징구'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불어 생활하고 함께 으쌰으쌰 하는 대학원 생활에 내는 것을 권장한다. 

직장과 학위과정을 병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바로 돈이다. 한 학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돈을 학교에 털어 넣어야 되기 때문이다. 


또 야간대학원에는 모임이 굉장히 많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한다면 그 이후에는 간단히 맥주를 한 잔 하기도 하고, 간혹 주말에 모여서 등산이나 야외로 놀러 가기도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부 대학에서는 '해외'로 여행을 가는 곳도 있다. 


'친목 모임을 안 가면 되지 않나?'라고 질문할 수 있는데, 물론 가능하다. 원우회비도 졸업까지 안 내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고 단 한 번도 모임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야간대학원은 공부 강도가 높지 않기에 정말 수업만 듣고 얼렁뚱땅 학위기라는 종이 한 장만 들고나갈 수가 있다. 그러기에는 학교에 내는 돈이 너무 많지 않은가? 


그 외의 비용을 고민해보면 교재구입비, 그리고 직장과 병행했을 때 학교 수업에 제시간에 못 갈 경우가 많으니 때에 따라 택시라도 타야 한다. 길바닥에 돈을 뿌릴 때 특히 가슴이 미어진다.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아마 일반 대학원생들은 분명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조금 변명을 하자면, 어쨌든 직장에 속해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직장인들은 그 비용을 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출근할 때 옷을 깔끔하게 입어야 하기에 싫어도 출근 복장을 구매해야 하고, 매달 나가는 드라이클리닝 비용도 무시 못한다.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밥을 사야 할 경우도 많다. 학교공부 말고도 직장인이 업무상의 필요로 해야 하는 공부도 있는데 그 돈은 별도다. 틀어박혀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은 분명히 아니다. 


돈돈돈.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거긴 한데, 이런 내가 너무 싫기도 하다. 


이 길 끝에는 다른 세상이 있는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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