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니 자주 생각한다. 지금 같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샐러던트라는 선택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가장 먼저 시간과 돈이 남을 것 같다. 좋지 아니한가?! 집에 일찍 퇴근해서 맥주를 마시며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열심히 감정이입하다가 잠들겠지. 친구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겠다. 주말에 논문을 읽으려고 따로 시간 낼 필요도 없고. 대학원 등록금이 얼마람. 한 달에 수백만 원이나 하는 돈을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어느덧 목돈도 모여져 있을 것 같다. 그 돈으로 멋지게 투자도 해보는 거지. 남들처럼 부동산 어플을 보면서 어디에 어떤 집을 사면 좋을지 고민도 해보고 말이야. 고상한 취미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과나 제빵을 하는 매력적인 남자? 아니면 피아노 치는 고상한 남자가 되어 보는 거야.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네.
회사에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첫째로 아쉬운 소리 할 필요도 없다. 수업이 있는 날마다 상사에게 굽신굽신 거리면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허락 아닌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고 말이지. 그 다음엔 걱정거리도 확 줄어들 거야. 밤늦게 야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혹시 논문이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지 않을까, 재학증명서나 성적증명서가 프린터에 방치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사소한 걱정들이 얼마나 성가신지! 회사 상사나 동료들이 지금처럼 '언젠가 떠날 사람'으로 인식하지도 않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느낀다는데, 위에 써놓은 글을 보니 딱 내가 그렇네. 좋은 것만 잔뜩 써놓은 꼴이 우습다. 마치 유튜브의 '쇼츠' 피드에 뜨는 제목 같기도 하다. '샐러던트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정말 아쉬운 부분인 건 맞다. 돈과 시간적 여유, 그리고 회사에서의 소속감 따위의 것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내가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어도 정말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로운 삶을 살았을까? 그럴리가! 어디선가 다른 돈 쓸 궁리나 하고 있겠지. 한 노인이 성실히 폐지나 공병을 주워 모은 돈 수억을 기부했다는 뉴스를 보면 결국 모으는 사람은 모으고, 쓰는 사람은 쓰는 것 같다. 내가 버는 돈을 그대로 학교에 헌납(?)하는 것 보면, 학교를 다니지 않더라도 무언가 일을 벌여 돈을 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회사에서의 소속감? 하! 내가 무슨 왕따는 아니지 않은가?
힘들고 지치지만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다. 이 길 끝에 달콤한 열매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돈과 시간 낭비라고 지적해도 말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길이라고는 하나, 설령 그 열매가 설령 달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과정에서도 값지고 행복한 순간을 만나니까.
지나가버린 길에 미련 따윈 두지 말자.
못 먹어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