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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wjoo Mar 04. 2024

실패의 상처(傷處)는 상흔(傷痕)으로 남는다.

2017년 2월, 나의 20살은 무척 춥고 아팠다.

매년 2월 중순 정도가 되면 트와이스의 "Knock-Knock" 노래를 자연습럽게 찾아 듣는다. 2017년 2월 15일에 발매된 곡이다. 내가 20살이 되던 해에 원치 않던 대학에 입학식과 OT를 갔다 오던 암울한 시기에 들었던 노래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의 착잡했던 그 당시가 기억난다. 노래 자체는 밝지만 말이다. 


올해가 2024년이니까 무려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그때에 참을 수 없을 만큼 슬펐던 20살의 내 모습이 생생히 회상된다. 


강원도 속초에서 2박 3일 대학교 OT 기간 동안에 한참을 고민했었다. 즐겁자고 모인 대학교 OT였지만 나는 내내 침울했다. 

'내가 앞으로 이 학교에서 4년을 잘 다닐 수 있을까?'

'2년을 다닌 다음에 편입을 할까?'

'1년 재수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갖가지 생각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새벽에 불 꺼진 어두운 방에 들어가 누웠더니 팔과 다리가 근육통처럼 저렸다. 나의 술 주량을 아직 잘 모른 채 왕창 마신 알코올 때문이었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쓰렸다. 좁은 방에 적어도 7~8명이 같이 잤던 것 같다. 밖에는 여전히 술을 마시며 남아있던 살람들이 남아있었다. 


새벽 2~3시 정도였는데 잠이 잘 안 왔다. 누워있다가 뜨거운 눈물이 양옆으로 주르륵 흘렀다. 내가 이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될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당시 검은색 아이폰7에 페이스북 화면 속 중, 고등학교 친구들의 프로필에 명문대학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걸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내 현실이 미웠다. 


결국 대학교 MT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맘스터치 화이트갈릭버거 세트로 해장을 하고 오후 5시 정도에 집에 들어갔다. 아직 불을 켜지 않아 살짝 어두운 거실 소파에 앉아서 허공을 바라보며 2시간 동안 생각했다.


끝내 재수를 결심한 뒤 곧바로 수능특강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 이날(사진첩을 찾아보니 2017.02.24. 금요일)부터 나의 재수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0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다음 해 겨울 2018년 1월에 다행히 스스로 만족할 대학에 합격했다.


이 시기에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소속되기 싫은 집단(학교, 회사 등)에 속하게 되었을 때, 모든 것들이 싫어지고 무언가 미래를 위해 잘해보겠다는 의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만족할 법한 집단에 속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뒤돌아보면 내게 재수를 할 기회가 있었던데 감사하다. 분명 누군가는 재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조건인 사람도 있을 텐데 나는 적어도 대입에 1번 더 도전할 기회를 집에서 받은 거니까. 


요새도 수유동 외갓집에 가는 길에 정릉동을 지나칠 때면 아직도 쓰라렸던 옛 기억이 종종 떠오른다. 물론 요새는 조금 희석되었다. 


하지만 2017년 2월 20살에 겪은 실패의 상처는 여전히 내 마음속 상흔(傷痕)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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