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놀이동산에 갔다. 놀이기구를 잘 타는 나는 큰 아이와 팀을 이루고 둘째는 아빠와 함께 따로 움직인다.
우리가 갔던 놀이동산에는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있는 자이로스핀과 유사한 놀이기구가 있다. 탑승객들이 바깥을 바라보는 원형구조물인데 마침 내 자리는 입구(?)쪽 가장 끝자리여서 놀이 기구의 작동시키는 스태프와 거의 마주보는 꼴이었다.
이곳은 Boardwalk 놀이동산, 즉 바다 근처에 세워진 놀이동산이다. 기구가 움직이기 전, 바다에서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은 적당히 따스하다.최고의 날씨와 대조적으로 작동버튼을 눌러야하는 여자 스태프의 얼굴은 최저의 상황. 그녀에겐 한없이 어두운 우울감이 드리워져있었다. 놀이기구를 타기 전 주변에 감도는 설레임 때문인지 그녀의 어두운 표정이 더 눈에 들어왔다.
기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고 높게 빙글빙글 돌아갔고 사람들은 깔깔 웃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와중에 가운데를 지날 때마다 어두운 표정이 눈에 띄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주르르르륵 돌아가면서 그녀 눈 앞에서 웃고 소리를 질러도 눈 하나 깜짝 않 하던 웃참의 여왕. 둘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초현실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여자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걸까?
아니 어쩌면 평소의 나도 저럴지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이들이 내 눈앞에서 천진난만하게 밝은 미소를 보여줘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어~ 잘하네~' 로보트같은 반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