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렇게 퍼주고 돈 쓰는데 왜 안 살까?”
한 번이라도 프로모션을 기획해 본 사람이라면 속으로 이렇게 절규해 본 적이 있을 거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매출이 훌쩍 뛰기도 하고, 반대로 잔뜩 퍼주었는데도 정작 실적이 저조할 때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하지만 프로모션에는 분명 해답이 존재한다. 그 해답이란 곧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방식”으로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으로 들으면 쉬워 보여도, 현장에서 실천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오늘은 그 어려움의 본질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상품의 컨디션이다. 상품을 둘러싼 환경과 이슈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며 주로 아래 항목을 고민한다.
지금이 그 상품의 비수기인지 성수기인지 따져봐야 한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상인지, 어느 정도 판매가 이뤄진 스테디셀러인지도 중요하다.
이전에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면, 그때 어떤 성과가 났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격 민감도가 높아 할인 폭에 따라 매출이 요동칠 상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경쟁사가 어떤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지도 빼놓지 않고 체크해야 한다.
마진, 상품 특성, 재고 물량 같은 상품력도 필수로 점검해야 한다.
이 모든 항목이 곧 “이 상품에 지금 프로모션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결정하는 열쇠가 된다. 예컨대, 시즌 한정 모델이라면 아예 희소성 있는 패키지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반면 이미 경쟁업체가 ‘강도 높은 할인’에 들어갔다면, 우리도 어느 정도 따라갈 필요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카테고리별 특성과 고객의 반응을 미리 파악하고 추정하는 것이 프로모션 효과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상품 조건과 동시에 검토해야 할 변수는 비용이다. 프로모션을 실행할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돈이 없으면 불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한 예산이 얼마인지
예상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 비용률이 매출 대비 몇 퍼센트인지
차감이익(ROI와 유사한 개념)은 얼마나 기대되는지
이전 프로모션 규모는 어땠는지
경쟁사의 프로모션 규모
예산이 넉넉하다고 무조건 할인 폭을 크게 잡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진 않는다.
너무 잦은 할인이나 과도한 할인 폭은 오히려 고객을 ‘할인 대기 고객’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가령, “곧 또 세일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정가 구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할인 폭을 과감히 줄이고, 사은품을 강화하거나 특정 카드 혜택을 집중 공략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결국 시장 상황과 상품 특성, 그리고 예산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야 “이 정도 비용이면 해볼 만하겠는데?”라는 결론이 나온다.
마케터라면 반드시 겪게 되는 역설이 있다.
“이렇게 프로모션을 열심히 했는데도 반응이 없네? 근데 가만히 놔뒀더니 매출이 잘 오르네?”
어떤 시기에는 원래 ‘제값 주고 산다’라는 심리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쟁사가 워낙 대규모 할인을 때리고 있으면, 고객은 곧 피로감을 느끼고 과도한 판촉이 없는 브랜드에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무조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가끔은 “그냥 두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정답은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이지만, 때때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 최적 해법이 되기도 한다.
프로모션은 쉽게 보이지만, 막상 기획하다 보면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 상품 상황과 시장 환경, 예산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의 심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 5개, 많으면 12개 가까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복잡함이야말로 마케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변수가 많아서 더 어렵지만, 그만큼 선택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정말 잘 맞아떨어졌을 때 매출이 폭발적으로 뛰기도 한다. 게다가 프로모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가?”를 진지하게 탐구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브랜드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결국 마케터는 끝내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다. 상황마다 다르고, 날마다 달라지는 변수 속에서 “이번에는 어떤 길이 우리에게 최선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며 하나씩 경험해 보면서 나만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쌓인 시행착오의 순간들은, 언젠가 “이번 프로모션은 제대로 해냈다!”라는 뿌듯함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