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수입 작가지망생으로 버틸 수 있는 이유
나는 백수다.
굳이 굳이, 하고 있는 일을 직업적으로 축약한 단어를 찾아보자면 '작가 지망생' 정도가 있을까. 1년 전, 소설을 써보라는 남편의 제안을 받들며 시작한 본격적인 글쓰기. 하루 종일 노트북을 끼고 다니면서 장르, 종류 가리지 않고 글을 쓴 시간도 어느새 한 해를 꽉 채웠다.
분명 매일매일, 다른 어떤 것도 할 여유는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나를 '백수'라 분류하는 건,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고로, '무수입 작가지망생'이기에 결국은 백수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1년 전부터 나는 글 쓰는 이가 도전할 수 있는 과연 모든 것을 하고 있다. 소설, 에세이, 대본(단막/미니), 시나리오, 장르소설, 그리고 웹소설까지. 다양하기도 한 글의 종류가 말해주듯 나는 무척이나 열심히 했다. 이 매거진의 이전글처럼 '반년 동안 100만자'를 썼고, 그 후로도 비슷한 속도였기에 현재로서는 100만자는 당연히 훌쩍 넘겼다. 스스로에게 주는 관대함이란 결코 없는 나조차도 내가 이건 정말 열심히 했다, 자부할 수 있을 만큼이었다.
그러는 동안 아예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1) 에세이,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 우수상 수상
2) 웹소설, 무료 연재 중 대형 출판사 컨택, 투고 없이 웹소설 첫 계약 성공
3) 소설, 제13회 교보 스토리 대상 공모전에서 '중장편 부문 최종심' 선정
초단편, 단편, 중편, 장편, 대본, 시나리오, 웹소설 등등을 합쳐 20개 가까이 되는 원고를 완성했다는 '양'적인 면에서도, 그래도 전문가들의 시선에 몇 번 들었다는 '질'적인 면에서도 1년 독학한 것 치고는 나름의 성적을 내고 있다 여긴다. (위의 성과들과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성취들은 이 매거진에서 다른 글로 자세히 다룰게요!)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백수다. 돈을 못 벌기 때문이다. 밀리로드 우수상 상금 100만원은 단발성이라 딱히 온전한 '수입'이라 할 수 없고. 완고를 향해 달려가는 웹소설은 일단 출간을 해야 그때부터 수입이 들어오기에 아직 번 돈은 0원.
'열심히는 하는데 돈을 벌지 못한다.'
이게 억울하다는 건 아니었다. 눈 뜨고 감을 때까지 종일 내내 이것만 생각하고, 들뜨고 신나고 막 빨리 그 장면 쓰고 싶어서 안달나는 이런 일을 겨우 찾았으니 억울할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죄책감이 들었다. 나의 남편에게.
우리는 93년생 30대 동갑내기 7년 차 부부. 함께 한 10년 동안 남편은 무럭무럭 장성하여 현재는 어엿한 유럽 직장인이 되었고, 나는 그 덕에 평생 꿈이었던 유럽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사무실에서 근무하지만, 달에 한 번은 꼭 다른 유럽 도시로 출장을 가는 등 업무 강도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힘들게 돈을 번다. 힘들게 돈을 벌어서 가족인 나를 먹여 살린다. 나는 하필 또 술을 좋아하는 탓에 우리집은 엥겔지수도 매우 높다.
나는 그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얼른 돈을 벌어야 하는데. 미안해."
이틀에 한 번 꼴로 나는 말한다. 내가 진짜 열심히는 하는데, 이게 잘 안 돼. 나도 얼른 돈 벌어서 너 맛있는 것도 사주고, 다음 유럽여행 비용은 내가 싹 다 대고 싶은데, 잘 안 돼. 미안해. 내가 얼른 완고를 내서 정산을...
"그런 말 그만해."
중얼중얼 염불 외듯 자책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끼어드는 남편이다. 그리고 속상하다는 듯 얕은 한숨을 쉬며 내 등을 토닥인다.
"다희. 내가 말했지. 너는 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 응? 너는 너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되는 거야. 너 좋아하잖아. 글쓰는 거. 그럼 그냥 해. 나는 네가 돈 벌고 말고 그런 거 아예 신경 안 써. 그냥,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매일이다. 거의 매일, 나는 남편에게 미안함을 토로하고, 남편은 내게 비슷한 결의 답을 내놓는다. 네가 하는 일은 빨리 되는 일이 아니야. 글쓰는 게 어떻게 빨리 결과를 내? 그러니까 그냥 써. 네가 쓰고 싶은 거. 급할 건 하나도 없는 거야. 넌 내가 있잖아. 응?
이게 바로, 내가 무수입 작가지망생으로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솔직히 남편이 없고, 남편이 멋진 직장인이 아니었다면 과연 내가 어느 자리든 취업하지 않고 기약 없는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고로, 내가 낸 소소한 성과들과 노트북에 쌓여가는 원고들은 다 남편의 덕이라는 말이다.
아마도 진정한 수입이 날 때까지 나는 미안함을 반복할 것이고, 남편은 다정한 배려를 답으로 돌려줄 것이다. 비슷한 대화가 비슷한 모양으로 매일 그려질 텐데, 아마 그 속에 담긴 남편에 대한 고마움은 겹겹이, 차곡차곡 쌓여서 매일매일 두꺼워지겠지.
하루하루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면서, 나를 강하게 채찍질하면서 살아가는 요즘, 내가 '무수입 작가지망생'으로 남을 수 있게, 다른 걱정 없이 오롯이 나의 꿈을 좇을 수 있게 해주는 나의 남편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나는 다시 글을 쓰러 간다.
언젠가는 이 일로 마땅한 결과를 내어서 남편에게 백배, 천배로 갚아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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