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사랑 이었을까?
그와 나는 대학 때 만났다 항상 혼자인 그를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고 검은색 옷만 입었던 그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그와 처음 대화 했던 게 그에게서 라이터를 빌리면서 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나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었는데, 특이하게 부싯돌을 엄지가 아닌 검지 손가락으로 밀어붙여서 불을 붙여 줬었던 생각이 난다 어찌하다가 그가 서울의 oo고등학교 출신인 것을 알았고 내 여고 시절 그 남학교와 통합 서클 활동을 같이 했던 여고 동창생이 있어 그 남고 출신들과 가끔 미팅도 하곤 했더랬다
그래서였을까? 그가 더 친근하고 알고 싶어 졌던 게
아참! 그리고 그는 지금은 없어진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의 백스테이지라는 음악감상실을 알았다
유일하게 우리 과에서 나와 단 둘이 서만!
그리하여 가끔 그와 같이 백스테이지에 갔었는지 길이 엇갈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백스테이지 얘기를 나누었고, 내가 그 시절 꽂혀 있던 clockwork orange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둘이 같이 무슨 영화감상 동아리에 같이 들었으나 같이 영화는 보지 않았던 우스꽝스러운 일도 있었으며, 그가 군대에 갔을 때는 그가 가지고 있던 록 음악 관련 책이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몇 권과 cd를 나에게 무려 준 것도 아니고 맡기고(?) 같다!!
그 시절 다들 용돈도 부족하고 했기 때문에..
아직도 생각나는 건 그가 그 책과 cd를 나에게 주면서 자신의 자식들과 같은 것들 이라며 소중하게 보관해 달라고 편지를 썼는데 아마 돌려준 것 같지는 않다
그 보다 나는 한 살이 많았고 그래서였는지 그와 내가 만날 때면 항상 내가 비용을 냈다
남자(?)와 단 둘이 처음으로 야구장에 같이 가서 맥주를 마셨을 때도, 종로의 오존이라는 카페를 그가 나를 데려갔을 때도 서린동의 무슨 유명한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을 때도 항상 자연스레 그는 비용지불에 뒷전이었고 그 몫은 나였다
언젠가 한 번은 “너는 왜 한 번도 돈을 안내?”라고 물어보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그렇지 이 사람아 “ 하며 오히려 역정을 내어 나를 더 무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가 군대에 있을 때 나는 첫 취업을 하였다고 그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아마도 그때가 영국 여왕이 우리나라를 방한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가 답신하길 ‘정말 잘했어. 나 에겐 영국 여왕이 방한한 것보다 더 기쁜 일이야’라며 기뻐해서 내가 더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그와의 추억이 쌓아질 무렵, 난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그에게 사귀자고 말한 것이다!
그의 집 근처 브람스 커피숖이 있는 안국역사거리에서 그를 기다리며 문자인가? 전화를 했다
한참 후에야 그가 야구 모자를 푸~욱 눌러쓴 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땅만 바라 본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뭐 이쯤 말했던 것 같다
“여자로서 매력적이지 않은 건 아닌데…”
그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대충 너무 어렵고 조심스럽고 평소 톡톡 쏘아대는 말투가 아닌 부끄러워서 얼굴조차 들지 못하면서 말하는 그를 보며
‘아.. 내가 못할 짓 했구나’ 싶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오존에서 그가 그의 회사에 영양사로 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얘 그를 해서 은근히 나 혼자 좋아하고
또 그로부터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와의 연락도 뜸해지고 나의 전화번호도 바뀌고 내 전화번호명부에 그의 이름이 지워졌을 때쯤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며… 자기 결혼한다고 그 헤어졌다던 회사의 영양사와…
나는 알겠노라고 하곤 그
이후 두 번 다시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10여 년쯤 그가 아마도
은퇴를 하고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