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미 Aug 03. 2024

그녀에 대하여

그녀는 행복할까?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동네 보습학원에서 였다.


여학생이 별루 없던, 4명이였나?

그외 전부 남학생만 있던, 내가 다니던 학원에 동그랗고 큰 눈. 가녀린 몸매의 그녀가 새로운 학생으로 학원에 들어 왔다.


이상하게 호감과 매력이 넘치던 아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우리 세명의 여학생과 다른 여중에 다니기도 했거니와 암튼 그녀를 둘러싼 묘한 분위기.


호감이 가지만, 가까이 가기엔 선뜻 내키지않는 이상한 기운.


잠깐 그렇게 그녀와 중3시절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그 아이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은 학원의 남학생과 전화 통화한 내용을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 당시, 나는 참으로 신기 했던게 그 남학생과 학원을 같이다닌 시간이 내가 더 오래 됐는데, 학교도 틀리고, 알고 지낸 시간도 짧은 그 아이가 어떻게 남학생과 저녁마다 통화하는 사이가 됐을까 하는 거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보고, 여고에입학 했을때, 그녀를 같은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난 이상하게 그녀에게 호감이 가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었다. 여고에서도 예의,그녀의 매력에, 그녀 주위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녀는 예뻤고, 똑똑하였고, 상냥 하였다.

그녀가 또 좋았던 것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였다. 여고를 졸업한 후 몇회 후, 여고 시절 조금 튀는 내 친구가 있었다. 그 애가 왜 그렇게 낙인(?)찍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우린 17살 여고1학년 생들이였고, 대학을 갓 졸업한 총각 선생님들이 몇분 계셨더랬다. 그런 총각 선생님들 수업에 선생님과 조금이라도 질문(?)을 많이 하거나 그러면 수업후에 선생님께 꼬리를 친다는 둥 말이 많았고 그 아이를 이상하게 따돌렸었다.


졸업 후 이상한 소문으로 은근 따돌림을 받았던 내 친구가 나에게

"그 때 반 애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 했었던거 알아" 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런거 아니다" 라고 얘기해 주었었다. 이런 얘기를 그 상냥하고 예쁜 친구에게 말하면, 그 친구는 나에게 "그래 잘했다"하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좋았다.


그런 반면, 고등학교 때부터 알게 된 그녀의 남자들과의 교제 관계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여학교 특별활동을 통해 알게된 K고의 여러명의 남자 고등학생과 동시에 여러명과 교제를 하였고, 고 3때에는 재수생과도 교제를 하였다.


그러면서도 공부에도 충실하였다. 그런 그녀를 동경하는 여학우들이 있었고, 그녀는 그렇게 반에서도 여학생들에게 사랑과 동경을 받으며, 부반장으로도 활약(?)했다.


감투를 썼으면서도, 내 세우지 않았으며, 놀면서(?)도 학생의 본분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시절 종종 그녀의 집에 놀러가 같이 공부도 하고, 그녀와 어울려 남학생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어느 여름에 독일어 문법을 그녀의 집에서 외우는데, 그녀는 이미 그 문법을 다 외우고는 (그렇게 놀면서도 어느틈에 외웠는지..)"그거 외우기 쉽지 않을걸"이라고 말하는것에 놀랐던 적도 있었다.


그녀와 어울려 다니던 나를 보고 나의 중학교 여 동창은 그녀와 친구하고 싶다며 나에게 소개해 달라는 얘기 까지 했었다.


그렇게 그녀는 여성에게나 남성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녀와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년 후, 같은 동네에 살았던 우리는 우연히, 대학을 졸업하고 마을 버스안에서 만난적이 있었다. 그녀는 여대를 졸업하고, 유아교육학과를 나와 유치원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와 잠깐 인사를 하고 헤어 졌는데, 예전 그녀가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유아교육학과를 가서 유치원을 차려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후에 우연히, 인터넷 신문에서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당시 한창 인기 있었던, 커플매니저로 그녀가 소개된 것이다. 그녀를 같이 알던 친구에게 그 기사를 보내주고는 그녀의 회사에 연락해 보라고 했는데, 그녀가 계속 회의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했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다. 아니,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았다.

홍콩에 사는 친구가 오랫만에 한국에 들어 오는데,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녀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내가 아는 그 누구도 그녀의 근황을 알지 못했다.

마침 그녀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나의 동네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린후, 구글 맵으로 식당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그녀의 어머니와 통화를 해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치 수십년전의 상냥하고 활발한 소녀의 감성으로(비록 외모는 살쪄 있었지만, 그 사실을 솔직히 그녀앞에서 말하기는 어려웠다.)나를 맞아 주었다.


그것이 가식인지, 아닌지, 원래 그녀는 그렇게 상냥한 모습으로 그녀의 매력을 어필했기에.


그녀는 아무걱정이 없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언듯언듯 비치는 그녀의 거짓말들.


그녀를 만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상한기분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게 된 후부터, 그녀와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우연히, 몇달 전 그녀가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걱정이 되어 그녀를 만나려고 해도 시간이 여의치 않았고, 미안한 마음에 전화 통화를 하면, 그녀는 내가 더 의아할 정도로 밝았다.


그것이 진실인지 진실이 아니던,


오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속적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암이 작아져서 수술로 암 덩어리를 떼어 내는 수술을 한다고.


밤이 되어, 문자 소리에 확인을 해 보니, 걱정할까봐 문자 남겼다면서,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다라고 전해왔다.



나는 안다. 그녀가 밝은척 얘기 했지만, 그녀의 아픔과 중대한 수술에 대해서, 누군가 관심 가져 주기를 그녀도 바랬던 것을.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기 전에 그녀에게 병문안을 가려 한다.


엄마를 보냈던 그곳이기에 내가 이 곳을 다시오게 될 일이 있을까 생각 했었는데...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벌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