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4 댓글 1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술이 뭔지. 술 없이는  못  살아

술친구에서 독서 친구로

by 하린 Dec 08. 2024
아래로


"받지도 않는 전화를 왜 들고 다니노" 남편은 퇴근 시간 오후 6시가 지나면 100통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리는 맞벌이다. 백일이 안 된 아이도 있다. 해가 뜨면 이사도 해야 한다. 백일도 안된 아들을 보며 짐을 꾸리다 보니 밖이 환해졌다. 술 없이 못 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날이 365일이 아니라 366일이었던 우리다. 그랬던 우리가 어떻게 술 대신 독서로 살아가고 있을까?




술로 부부싸움을 한 날이 34년 중 33년이 넘는다. 얼굴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바가지 긁을 시간이 없었다.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애들 크면 무조건 헤어진다는 것이 목표였고, 하루하루 힘들었다.


남편은 말했다. "이제 술 끊을게" 이 말에 코웃음을 쳤다. 34년 이상 마신 술을 어떻게 끊을까? 믿어지지 않았다. 7년 전 6월 10일이었다. 오늘부터가 아니라 20일 뒤인 7월 1일부터라고 말했다. "끊으려면 바로 끊지 7월 1일은 뭐냐? 술을 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말했다. 남편은 술을 끊겠다는 선언서를 문 앞에 붙였다. 술 마시는 것을 보는 사람에게 천만 원을 주겠다는 선언이다. 백만원도 없으면서 1,000만원을 주겠다니 끊을 수 밖에 없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D-Day, 남편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2024. 7월 1일이 만 7년 되는 날이다. 지인들이 남편 몸이 안 좋으냐고 물어본다. 술 끊을 때 가장 걱정한 것이 친구가 없어질까하는 염려였다. 술 친구 대신 독서 친구로 채웠다. 술친구보다 훨씬 친구가 많아졌다. 독서 모임 2개를 운영하고 있고 예전의 남편이 아니다. 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우리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봤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사랑하고 끝까지 잘 키워내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렸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고개가 떨구어졌다. 영화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자신을 볼 아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50대 초반, 남편은 오십 대 후반에 막 들어서서 그런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남편은 말했다. 누군가 자기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자신이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금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8주년 부산큰솔나비 독서 모임 송년회 참가기념품으로 마우스패드를 만들었다. 마우스 패드 한 장에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적혀있다. '읽고 나누는 성장의 시간 독서 나비 부산 큰솔 독서 모임'이다. '책과 함께하는 목적 있는 독서를 통해 나로부터 비롯되는 변화로 건강한 가정을 세우고 이웃에게 배움을 나누는 리더들의 모임'이 독서 모임 사명이다.


독서 모임 운영이 힘들 때마다 사명을 읽는다. 독서 모임을 시작 한 목적을 먼저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독서로 많이 성장했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성장한 만큼 삶이 어렵고 힘든 누군가가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 잠깐 의지하는 술에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술자리 대신 독서 모임에 오라고 권유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배려하고 베푸는 삶, 세상은 살만하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