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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설레는 일

나에게 가슴 설레는 일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우즈베키스탄 여행

by 하린 Feb 03. 2025

명절이 되기 전 엄마는 시장에서 신발을 하나 사주셨다. 명절이 오기까지 그 신발을 꼭 안고 잤다. 옷이라도 하나 사줄 때는 명절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학교 소풍 가는 날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소풍때만 먹을 수 있는 계란과 김밥이다. 아버지 기일도 마찬가지다. 한 부분만 밝혀주는 호롱불만 켜다가 기일이 되면 촛불을 켠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촛불을 켜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두부 반찬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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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명절을 기다리는 일도, 촛불 밝히는 날을 손꼽을 일도 없다. 가슴 설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떨 때 가슴 설렐까?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할 때다. 매번 반복되는 일은 당연한 듯 넘어가지만 새로운 일을 하면 설레고 기대된다. 지금 내게 가슴 설레는 일은 여행이다. 직장 다닐 때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저녁 늦은 시간 거의 새벽까지 술 마시는 자리가 이어졌다. 경치는 물론 걸어 다니는 것도 피곤했다.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정상까지 빠르게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등산로를 헤매다가 피곤함에 절어 정상은커녕 주변 풍경도 모두 놓쳐버리는 사람도 있다."<인생의 지름길은 없다. 스웨이 지음 >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는커녕 주변 환경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퇴직하고 2년 정도 가족들과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 "우리나라가 정말 좋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네. 이것이 바로 여행이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새롭게 보였다. 죽을 때까지 이런 여행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경치가 보였고 떨어진 나뭇잎에도 붙어있는 가지에도 의미를 붙였다. 그러다가 가슴설레는 여행을 알게 되었다. 경치를 보는 여행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작년에 카자흐스탄, 일본, 올해 1월에는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다. 명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과 소통했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때로는 콩글리시와 더듬더듬하지만, 그 나라 언어로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 몸짓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번 1월에 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리나라 70~80년대의 따뜻하고 정 많을 때 시절처럼 얼굴도 모습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차리고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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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저녁                                                                           우즈베키스탄 아침



우리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해 주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많고 한국을 좋아한다. 혹시나 해 어른 한복 2벌과 과 어린애 한복 한 벌을 가지고 갔다. 마사지 기구도 가져갔기에 저녁에 우리는 한복을 입혀서 사진을 찍어주고 마사지를 해 주었다. 20살인 며느리 손이 아주 거칠었다. 이 나라는 15살부터 부엌일을 배우고 음식을 한다고 했다. 우리가 갔을 때 영하의 추위였는데 개울물에서 설거지하는 소녀를 봤다. 손이 발갛게 되어 있었다. 물 한 잔 달라고 했더니 모든 일을 제쳐놓고 집으로 안내했다. 일반적으로 차를 주는데 차가 떨어졌는데 물을 데워서 뜨겁게 줬다. 얼굴은 천사같이 예뻤고 옷은 얇게 보였다. 추워 보였는데 우리가 볼일이 끝나고 다시 개울가로 뛰어갔다. 초등학교 가기 전 내가 기억하는 우리 엄마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추억을 만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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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가 아니라 각 나라의 마을을 다니는 일이 가슴 설레는 일이다. 택시를 타고 내리면 관광객이 왜 이런 곳에 내리냐고 의아해하는 눈빛이다. 2025년에 타임머신을 타고 1970~80년대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은 없다. 새벽 4시 35분이다.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밖으로 나가야 한다. 세찬 공기가 잠을 깨운다. 수세식이 아닌 푸세식 화장실이다. 냄새나는 곳이 아니라 추억의 향기를 맡는 곳이다. 가슴설레는 일!!!  세상 사람들과 만나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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