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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도 다 주지 못해 미안한 친구

진정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by 하린 Feb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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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2시에 불러도 달려와 줄 친구 몇 명 있어?' 라는 질문을 가끔 받은 적이 있었다. 한참 직장 다닐 때는 친구도 많은 것 같았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그 질문에 진지해졌다. 깊이 생각할수록 인생 잘못 살았나? 하는 죄책감마저 든 적도 있다.


퇴직 거의 10년을 남겨두고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 독서를 시작했고,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올해 7월이면 8년이 된다. 진정한 친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독서 모임 회원 모두가 든든한 지원군이고, 주고도 다 주지 못해 미안한 사람들이다. 독서를 시작할 무렵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상사화 알지?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한다고 상사화라고 이름이 붙었잖아. 나는 꽃 이름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그건 그냥 '사랑화'가 아닐까? 내가 뿌리내리고 거름이 된 자리에 누군가가 피어서 영화를 누리는 일, 내가 애모한 사람이 나로 인해 찬란한 보람을 얻는 일, 그런 게 사랑 아닐까?" <오늘 사랑할 것. (림태주 지음)> 책에 나오는 글이다.


남편과 함께 뿌리 내리고 거름이 된 자리에 한 사람, 한 사람 피어나서 변화되고, 변화가 거름이 많이 되어 사랑이 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나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은 없다. 교회 모임으로 인해 몇 번은 빠져야 할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남편 혼자 보내는 것이 신경 쓰였는데 초장기 맴버인 모자(엄마. 아들) 회원이 내 자리를 대신해서 남편과 준비해 주고 있다.


모자(엄마, 아들)  회원 독서모임 준비 모습

집이 부산 사하구다. 독서 모임 장소인 금정구 대동대학교 평생교육원까지 오려면 최소 1시간 이상 걸린다. 지하철 첫차를 타야 한다. 이번 독서 모임에도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8년 전, 인터넷을 보고 우리 독서 모임에 왔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아 아주 서툴렀을 텐데 함께 해주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부산 큰솔나비 독서 모임 회원은 지금은 거의 가족처럼 지낸다.


2일 전이다. 카페에서 차 마시는 중에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전화하셨네요?"

"보내달라는 곳으로 송금했어요."

"무슨 송금요?"

"000 앞으로 송금해 달라면서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화금융사기라는 예감이 왔다. 신고부터 하라고 하고 문자 주고 받은 메신저를 탈퇴했다. 또 전화가 왔다.

"계좌번호가 어떻게 돼요?"

"웬 계좌번호요?"

"돈 송금해달라면서요. 돈 없어서 언니한테 빌려서 조금 늦었어요. 송금해 주려고 계좌번호 물었는데 답이 안 와서 전화했어요"

메신저 탈퇴 후여서 다행히 답변을 못 한 것이었다. 아찔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당황했지만 하나씩 정리했다. 마침, 송금한 돈도 돌려받았다고 했다. 확인도 안 해보고 송금부터 했다고 나무랐다.

"이제 알겠지? 내가 자기 얼마나 사랑하는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또렷한 목소리에 여러가지 감정이 몰려왔다.

"고마워"


'나이 들어서 주위에 만날 사람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독서 모임 회원이 모두 친구고 가족이니 정말 좋다.'라고 한마디씩 했다. 내가 말하는 것이 나의 세상이고 오늘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이 된다. 일어나기 어려운 새벽 시간에 잠 대신 독서를 선택했기에 내 삶은 조금 더 변화하고 성장해 간다. 성장은 기쁨을 준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성장 우리는 주고도 다 주지 못해 미안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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