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교회에 다녀봐. 부모, 남편, 자식이 있어도 사람은 늘 외로운 것 같아. 그래서 나도 교회 다니잖아. 아가씨도 한번 생각해 봐"
일하랴 아이 키우랴 정신이 없었다. 외로움은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6~7년이 흘렀다. 아이가 6살이 되고 놀이터에 혼자 가고 없을 때면 문득 살아온 날들을 떠오른다. 지난 세월이 모두 외로움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낙태를 한 후에도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 모습이 처량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아이 봐 줄 사람이 없었다. 반찬 하나 내 손이 아니면 안되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남들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기에 오뚜기처럼 금방 일어났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주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내 삶과 많이 다름이 보였다. 아이 낙태도 4번이나 했지만 바로 출근해야 했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 모습이 처량했다.
<교인이 싫었다>
고등학교 때 불교학생회에 가입했지만, 가톨릭 재단인 학교로 전학 왔다. 자연스럽게 종교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올케가 이야기했던 교회 이야기가 스멀스멀 떠올랐지만, 교회는 싫었다. 남편이 교회를 다녔다. 교회를 다니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교회를 더 멀어지게 했다. 직장 동료나 지인들 또한 교인은 유독 나에게 좋은 사람이 못되었다.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다>
아이들이 자라서 떠나고 남편과 둘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남편은 한번 나가면 새벽이 되어서야 들어오니 거의 혼자 외톨이로 보내야 했다. 성당에 가서 교리 공부도 해보고 교회도 가봤다. 이상하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시간이 많을수록 남편과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쇼윈도 부부가 되었고 황혼이혼만 생각하며 살았다.
<하나님이 계시나?>
삶이란 모르는 것이다. 외로움을 술로 달래던 내가 독서로 삶이 달라졌다. 하나님을 믿지 않을 때였는데 변해가는 내 성격에 나 자신도 이해가 잘 안될 때가 많았다. '여기 혹시 하나님이 계시나?' 하면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책 한 권을 주었다. <느헤미야처럼 살아라.>였다. 평소 좋아하던 국장이었는데 내게 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래가 없는 내게 답을 알려준 책을 만났다.>
선물받은 책이 종교를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삶이라고 비관하고 있을 때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어렴풋이 알려줬다. 이후 내 삶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완전히 다른 길을 안내해 줬다. 에세이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을 본 지인들은 예전의 삶이 지금의 나와 오버랩이 안 된다고 했다. 불과 7년 3개월 전의 이야기인데 까마득한 옛이야기 같다.
<해외 선교의 삶>
카자흐스탄,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다녀왔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해외에 다녀올 때마다 영이 많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기도만 했다면 지금은 나라와 세계 열방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나라 외에는 관심이 없던 나였는데 지금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눈도 뜨이고 귀가 열린다.
<나를 기다려 주는 세상 사람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함께 먹고 자고 소통한다. 한국 가수, 드라마를 이야기하면 금세 친해진다. 중국,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 우리나라보다 몇십 년 늦게 성장하는 나라에 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때 제자리에 데려다준 것 같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어도 외롭지 않다. 성경책과 독서 모임 책, 세상 사람이 나를 기다린다.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우리는 정말 아둥바둥 살고 있다>
"비행기가 높이 떠올라 땅의 것들이 깨알만하게 보일 때 생각하는 것은 높은 곳에서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이다. 개미들이 모여 사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고 비행기가 더 높이 떠서 구름 위로 올라가면 그 마저도 보이지도 않는다. 비행기 타고 20분만 올라가도 눈에 띄지도 않는 세상인데 이 땅에서 아둥바둥 살고 있다." <독학력 중에서> 별것 아닌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으면 외로움도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