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수상소감이 빠질 수 없죠!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 2시에 브런치 작가로 임명받은 booke [부케]입니다.
첫 시도에 브런치 작가의 타이틀을 달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이 자릴 빌려 그동안 감사했지만 표현하지 못한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사실은 브런치가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작가를 신청했습니다. '되면 하고 말면 말지.'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만큼 조심스러웠거든요. 작가가 되고 보니 브런치에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은 또 한 명의 작가분들이시더군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브런치에서 독자 겸 작가를 맡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겸) 작가분들은 어떤 연유로 브런치를 찾아오셨나요? 글쓰기가 취미이신 분, 자신만의 책을 내고 싶으신 분, 출판사와 연결되기 위해 찾아오신 분 등등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신 분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너는 아니냐 하시겠지만 네. 저는 아닙니다. 제가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저는 글자들과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니 저를 경쟁상대로 의식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출판에 욕심이 없습니다. 아 물론 일이 잘 풀려서 예쁘게 출판해줄 테니 글만 넘겨라 하는 은혜로운 분들이 나타나신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요. 거기까지는 생각도 안 해봤네요.
제가 브런치를 찾아온 이유는 이중생활을 하기 위해섭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제 목표는 출판이 아니라 이중생활의 시작, 마침내는 이중생활의 청산입니다. 이중생활을 청산하고 '일중 생활'로 진입하는 그날, 저는 브런치를 떠날 겁니다. '이중생활은 뭐고 일중 생활은 뭐냐?' 하실 거 압니다. 지금 설명하려고 했어요.
이중생활이란 우리가 다 해본 적 있는 그런 겁니다. 나의 본래 모습과 가면이 공존하는 생활.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생활이요. 일중생활은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그런 겁니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맨얼굴로 생활하는 것. 나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솔직한 것. 그리고 모르셨겠지만 가면 생활도 있습니다.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가는 생활이요. 제 평생은 줄곧 가면 생활이었답니다. 가면 생활이 오래되다 보면 이게 가면인지 진짜 나인지 헷갈릴 지경에 이른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됨으로써 여지껏의 가면 생활을 청산하고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여태껏 가면을 벗을 수 있다는 걸 몰랐지 뭐예요. 그리고 태생이 겁쟁이인 저는 가면을 아주 조심스럽게, 익명의 공간인 '브런치'에서 먼저 벗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실험을 하는 거예요. 가면을 벗어도 괜찮....은....건....가....? 조심스럽게 가면을 벗고 온도를 확인할 겁니다. 가면을 벗고도 살아갈 수 있는 온도인가? 너무 뜨겁거나 차갑진 않나? 습도도 중요해요. 차라리 촉촉한 편이 좋겠어요. 건조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을지도 몰라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동안은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 일상에서는 철저하게 가면을 쓰겠지만 브런치에서만큼은 가면을 벗을 거예요. 실험은 계속되어야 하거든요. 맨얼굴을 세상에 내보이는 연습을 하고, 또 하다 보면 맨얼굴로 맞는 바람이 기분 좋게 익숙해지는 어느 날도 오지 않겠어요! 완벽하고 담대한 이중생활이 되기를 바래요.
한 가지 걱정은, 브런치에서 제가 또 다른 가면을 집어 들면 어쩌지 하는 거예요. 그건 바로 '작가'의 가면이지요. 여기서조차 가면 벗기를 실패한다면 그다음의 제가 소생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경계해야만 해요. 작가의 가면을 비롯한 그 무엇도 걸치지 않을 거예요! 그러자면 조회수도 라이킷도 독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장르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온전히 나를 드러냄에만 집중하는 이중생활이 되길 바래요.
그렇게 이중생활이 계속되다가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어느 날, 바람까지 기분 좋게 알맞은 어느 날, 이중생활을 청산하고 일중생활로 진입하는 날, 기분 좋게 브런치를 떠나가려고 합니다.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겠어요. 또는 생각지 못하게 금방일 수도 있겠지요. 그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오늘부터 시작하는 이중생활에 진솔하게, 꾸밈없이 임할 것을 약속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