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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Apr 19. 2024

148

4.19

횡단보도에서 


엎드려 있는 구름들. 미약한 바람. 쓸려가는. 기어가는. 초연한 자태. 

정지해 있는 빛. 낙심의 비탈길. 꿈결처럼 몽롱한. 시간은. 능멸되는 것.

무한의 공간. 쪼그라드는 내장. 꿈. 굶주린. 감격적인. 푸석한 발바닥.

진지한 표정. 피곤함. 들썩거리는 고독. 에워싸인 정적. 암전. 

건너편에는. 가엾은. 헐떡이는. 훌쩍이는. 웅성거리는. 또각거리는. 

날마다 증명하는. 존재의 숙명. 숨의 숙명. 숨과 존재의 거리는. 살아서는 모름. 

저들은 태어나고 있는 중. 저들의 뼈는 뻗는 중. 저들의 내장은 춤추는 중. 

어둠은. 솔직한. 색다른. 치욕. 아마 영원한. 환난과 재출발.

불행과 절망은 차라리 존귀함. 추한 건 슬픔. 우울. 무기력. 숨 막힘. 

쓸모없다는 생각은 오만. 존재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짓은. 구역질남. 

저들의 근육은 조각나는 중. 저들의 세포는 죽는 중. 저들의 영혼은 난도질당하는 중. 

손가락으로 싼 똥을 정수리로 닦는 나날. 이 지상이 막을 내리려면. 아직 멀었음.

호흡과 화합. 그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자르고 봉합하기의 반복. 

저들은 밝음. 저들은 푸릇함. 저들은 솟구치는 중. 저들은 새살이 돋는 중. 

희망이라는 환멸로. 고통이라는 긍정으로. 달래서. 살고 싶게 만드는. 파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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