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억바라기 Oct 13. 2020

내가 아이들 아침밥에 집착하는 이유

아침밥을 아내에게 당부하셨던 어머니

 "영희 씨, 애들 점심 먹여야죠. 국수 할까요? 아니면 볶음밥은 어때요?"

 "아침 늦게 먹었는데 한 끼 정도는 건너뛰면 안 돼요? 철수 씨는 애들 한 끼만 안 먹여도 큰일 나는 줄 안다니까"



내게 삼시 세 끼는 단순히 식사의 의미가 아니다. 어릴 적부터 그 삼식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 매 끼니를 뭘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매일 그 삼시 세 끼만은 지켰던 철칙이었던 것 같다. 꼭 내 생활의 칙과 같이 삼시 세 끼는 그냥 나의 당연한 루틴 중 하나였다.


  어릴 적부터 아침 끼니는 절대 거르지 않았던 건 조금은 극성스러운 어머니의 생활 수칙 때문이었고, 늘 잠이 부족했던 중, 고등학교 시절에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아침밥을 꼭 챙겨 먹고 등교하는 습관이 들었던 것도 모두 어머니 때문이었다. 일찍부터 장사를 하셨던 어머니는 아침밥만은 꼭 어머니 손으로 챙겨 먹여서 보내려고 하셨고, 전날 밤 피곤한 몸을 뉘었던 당신께서는 언제 피곤한 몸으로 쓰러졌냐는 듯이 이른 아침이면 주방에서 도마 위 '다다다다' 칼로 무언가를 써는 소리를 내며 우리들의 아침을 깨우곤 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마자 바로 먹는 아침밥은 모래알을 씹는 것 같이 서걱거릴만한데 내겐 삼시세끼 중 유일하게 먹는 어머니가 직접 차려준 밥상이라 눈은 떠지지 않아도 입은 잠을 깨우며 열심히 그리고 맛있게 아침밥을 씹어 넘겼던 것 같다.  한창 커야 할 시기에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장사를 하셔서 저녁 끼니를 챙겨주지 못하는 게 늘 신경이 쓰이셨는지 어느 날인가부터 우리 집에는 가사를 봐주는 아주머니가 출퇴근을 하셨고, 아주머니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나와 동생의 저녁밥을 챙기는 일이었다. 물론 처음 아주머니가 들어오셨을 때에는 우리 집이 그렇게 형편이 좋아서는 아니었지만 매끼를 챙기지 못하는 어머니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었고, 어머니 스스로에게 주는 용서였을 것이다.


  아내도 어머니 삼시 세 끼의 집착을 너무도 잘 기억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인사를 올리고 나온 첫마디를 아내는 지금도 가끔씩 내게 이야기하곤 한다.  

  "영희야, 우리 철수는 아침을 거르지 않으니 꼭 아침밥은 잘 챙겨야 한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 당시에는 아내에게 단순한 당부가 아닌 시어머니로서의 권위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내가 아침밥을 거르지 않고 잘 먹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하신 당부가 시부모의 권위가 아닌 아들에 대한 사랑임을 알고 나의 식습관을 존중해주고 있다. 물론 내리사랑이란 말처럼 이런 나의 식습관은 지금 우리 가족의 식습관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내 식습관으로 주말이면 일찍 일어나는 내가 주로 아침을 챙기는 편이다. 물론 주말이라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늦잠을 자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침밥은 꼭 거르지 않는다. 다만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조금은 늦어진 아침으로 점심시간이 애매해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침 밥상을 치우고 나서 두, 세 시간이 지나면 늘 아내에게 핀잔을 듣지만 내가 하는 말은 점심 먹자는 얘기다.


 "영희 씨, 애들 점심 먹여야죠. 국수 할까요? 아니면 볶음밥은 어때요?"

 "아침 늦게 먹었는데 한 끼 정도는 건너뛰면 안 돼요? 철수 씨는 애들 한 끼만 안 먹여도 큰일 나는 줄 안다니까"

  이렇게 아내와 난 주말이면 삼시 세 끼로 늘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래도 난 아직까지 이 세끼만은 양보를 하지 않는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건 몰라도 아침밥과 우리 가족의 삼시 세 끼만큼은 말이다. 그래도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없으니 아내와 많이 타협한 편이다. 주말 점심에는 간단하게 빵이나 과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늘었다. 그래도 두 녀석이 외출하는 날이면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항상 같다.


 "나가서 마스크 잘하고 다니고, 점심은 잘 챙겨 먹어. 다녀와"  

이전 14화 남과 다를 것 같은 우리 부부의 세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