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부터 연애까지 외전 3. 연애를 시작하며 나의 태도 편을 마치고
연애 극극초반에는 나도 ‘내가 왜 좋아?’라고 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쿼카는 이런 질문에 술술술 읊는 성격은 아니라서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다가 ‘그냥 누나라서 좋다’라는 대답을 하곤 ‘뭘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단 말이야’라는 듯이 그냥 안기곤 했는데 그런 모습이 참 귀여우면서도 싱거운 대답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나는 너가 좋은 이유를 100가지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게 어려워?! 왜 어려워!
하지만 대답을 더 보채지 않은 이유는 첫 번째로, ‘좋을 만 하니까 좋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나의 좋은 점을 여러가지 꼽을 수 있다. 물론 싫은 점도 꼽을 수 있고. 하지만 나의 좋은 점은 싫은 점들을 상쇄시킬만할큼 멋지고, 싫은 부분도 어쩔 수 없는 나임을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하는 게 나니까. 나는 이런 내가 좋으니까 그의 눈에도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너가 날 좋아할 만한 부분은 많지! 그리고 나를 알아갈수록 더 많아질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더랬다. 지금의 나는 과거부터 많이 빚어진 모습이니까.
대답을 보채지 않은 이유로 두 번째는, 질문으로 들은 답이 아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듣는 말의 힘이 더 세고 인상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질문 해서 듣는 대답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하나 둘 생각나는대로 대답하는 느낌이지만 평소와 같이 떠들고 놀다가 문득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나는 누나가 이래저래서 참 좋아’라고 이야기 하는 순간을 마주하면 어쩐지 한참 더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평소에 그런 말을 쉽게 잘 안하는 사람이면 감동이 두 배. 입꼬리가 간질간질하게 올라가고 시간차로 계속 웃음이 번진다. 이후로도 문득문득, 두고두고 기억이 난다. 혼자 베시시 웃게 되는 힘이 있다. 갑작스레 받은 선물같다. 나는 이렇게 받은 진심이 더 값지고 재미있다. 그래서 더 질문하지 않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때가 되면 알아서 이야기 하겠지. 더욱 진심인 마음으로. 직접 전하는 진심을 기다리자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연애하는 동안, 나는 내가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진심을 받았다. 쿼카가 생각보다 수다쟁이라는 사실을 이 사람의 친구들은 알까.
어떤 관계든 시간이 필요함을 안다. 그리고 약간의 거리가 필요함도. 우리가 연인이 된 건 그냥 서로 마음의 키를 주고 받은 정도라서 언제 어느만큼 마음이 열릴지도 지켜봐야한다. 연애는 그저 시작에 불과해. 우리가 우리의 연애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나갈지는 우리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내 마음이 어떻게 될 지 나조차도 모르는 걸. 상대의 마음은 상대의 것이니 욕심내지 말자.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나의 욕심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상대의 감정을 차분히 기다리고, 나는 나의 표현에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리고 쉽게 서운해 하지 않을 것. 우리는 다른 사람이니까 상대의 행동에서 의도를 지레 짐작하지 않을 것.
궁금하면 묻고, 서운하면 말할 것.
떠날 사람이면 다 퍼줘도 떠날 것이고 있을 사람이면 부족해도 있을 것이다. 연애 전반에 대한 나의 태도는 이러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의 태도를 꽤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