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마리 Jan 30. 2024

어떤 관계든 시간이 필요함을 안다.

만남부터 연애까지 외전 3. 연애를 시작하며 나의 태도 편을 마치고

연애 극극초반에는 나도 ‘내가 왜 좋아?’라고 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쿼카는 이런 질문에 술술술 읊는 성격은 아니라서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다가 ‘그냥 누나라서 좋다’라는 대답을 하곤 ‘뭘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단 말이야’라는 듯이 그냥 안기곤 했는데 그런 모습이 참 귀여우면서도 싱거운 대답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나는 너가 좋은 이유를 100가지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게 어려워?! 왜 어려워!


하지만 대답을 더 보채지 않은 이유는 첫 번째로, ‘좋을 만 하니까 좋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나의 좋은 점을 여러가지 꼽을 수 있다. 물론 싫은 점도 꼽을 수 있고. 하지만 나의 좋은 점은 싫은 점들을 상쇄시킬만할큼 멋지고, 싫은 부분도 어쩔 수 없는 나임을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하는 게 나니까. 나는 이런 내가 좋으니까 그의 눈에도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너가 날 좋아할 만한 부분은 많지! 그리고 나를 알아갈수록 더 많아질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더랬다. 지금의 나는 과거부터 많이 빚어진 모습이니까.


대답을 보채지 않은 이유로 두 번째는, 질문으로 들은 답이 아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듣는 말의 힘이 더 세고 인상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질문 해서 듣는 대답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하나 둘 생각나는대로 대답하는 느낌이지만 평소와 같이 떠들고 놀다가 문득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나는 누나가 이래저래서 참 좋아’라고 이야기 하는 순간을 마주하면 어쩐지 한참 더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평소에 그런 말을 쉽게 잘 안하는 사람이면 감동이 두 배. 입꼬리가 간질간질하게 올라가고 시간차로 계속 웃음이 번진다. 이후로도 문득문득, 두고두고 기억이 난다. 혼자 베시시 웃게 되는 힘이 있다. 갑작스레 받은 선물같다. 나는 이렇게 받은 진심이 더 값지고 재미있다. 그래서 더 질문하지 않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때가 되면 알아서 이야기 하겠지. 더욱 진심인 마음으로. 직접 전하는 진심을 기다리자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연애하는 동안, 나는 내가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진심을 받았다. 쿼카가 생각보다 수다쟁이라는 사실을 이 사람의 친구들은 알까.


어떤 관계든 시간이 필요함을 안다. 그리고 약간의 거리가 필요함도. 우리가 연인이 된 건 그냥 서로 마음의 키를 주고 받은 정도라서 언제 어느만큼 마음이 열릴지도 지켜봐야한다. 연애는 그저 시작에 불과해. 우리가 우리의 연애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나갈지는 우리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내 마음이 어떻게 될 지 나조차도 모르는 걸. 상대의 마음은 상대의 것이니 욕심내지 말자.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나의 욕심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상대의 감정을 차분히 기다리고, 나는 나의 표현에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리고 쉽게 서운해 하지 않을 것. 우리는 다른 사람이니까 상대의 행동에서 의도를 지레 짐작하지 않을 것.


궁금하면 묻고, 서운하면 말할 것.

떠날 사람이면 다 퍼줘도 떠날 것이고 있을 사람이면 부족해도 있을 것이다. 연애 전반에 대한 나의 태도는 이러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의 태도를 꽤 좋아했다.



https://www.instagram.com/p/C0bToYELFtU/?img_index=1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당신들의 연애는 어떤 모양이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