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차장 Nov 05. 2022

사건의 지평선

슬픔에 관한 이야기

 시간을 글에 가둬놓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작가라는 소명아래 이 사건 만큼은 이 글에 가두어두려 한다. 


2022년 11월 4일 국가애도기간 6일 째


 참사가 발생한지 일주일 되는 날을 하루 앞둔 오늘에서야 슬픈 감정이 터진 이유를 모르겠다. 퇴근길 무심하게 듣던 노래 한 구절이 원인일까. 그 동안 쌓아왔던 상상 속 고통들이 연쇄폭발을 일으킨 것일까.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친구.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모르는 척 담담하게 지냈기 때문일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내용으로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내는 뉴스, 기사도 오늘은 전혀 보지 않았다. 트라우마를 조심하라는 건지 가지라는 건지 헷갈리는 전문가의 조언도 이제는 감흥이 없다. 변한 것 없는 대한민국에서 하루를 사는 것이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누군가의 누군가를 잃었고 돌이킬 수는 없다. 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지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나에게 필요한 위로를 누군가 대신 받는다면 그걸로 만족하겠다.


참사 당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내던 하루 저녁 뉴스를 보고는 혀끝을 찼다. 젊은 친구들의 객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겠거니 무심코 내뱉은 말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차라리 누군가의 잘못으로 시작 된 일이었음 좋겠다. 잘못을 물을 수 있으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청춘 대신 생명을 불태운 그 시간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안다 한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냐마는 하지 못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은 엄연히 달랐다. 그저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서, 방관하고 자만했다.


애도

 외부에 미팅을 가는 길에 남산도서관을 지나가던 중 경리단길 입구에 신호대기로 인해 멈춰 섰다. '생각보다 가까웠구나. 꽤 높은 곳에 입구가 있었네. 좁긴 좁구나 모든 길이.' 순간 터져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내 눈은 붉은 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이를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애도를 할 줄 모른다. 안타까운 마음, 슬픈 마음, 먹먹함. 생각하면 할 수록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마음 한켠이 복잡하게 얽힌다. 누구의 잘못일까. 그딴 건 다 상관없다. 왜 이런일이 일어나야만 했는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아무것도 변한 것 없는 이 곳에서 내일만은 다르길 기대하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윤하 - 사건의 지평선


 퇴근 길 아무 생각없이 듣던 노래에 결국 눈물이 터졌다. 노래 가사처럼 제발 좋은 곳에서 서로의 시간을 살 수 있길 바라며, 다시 한번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