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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내가 좋다 Mar 11. 2024

지금은 김창옥쌤이 필요합니다.

‘내 탓‘을 자주 하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사실 나는 강연자 혹은 자기계발 수업과 같은 류의 이야기에 잘 귀 기울이지 않는 편이었다.

모두 좋은 말씀들이고 잘 실천하면 발전의 계단이 되어줄 이야기들이라는 것에는 정말 동감하지만, 그것이 나의 능력치에 벗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꾸준히 하는 게 안되서 성적이 안나와요. 어쩌죠?‘ 라는 말을 들을 때 같은 느낌이랄까?

태생적으로 타고난 능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보다 지루하고 힘든 일을 매일 같이 지속하는 것이야 말로 제일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노력으로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거나 발전시켜 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계발 강연을 들으면

그래서 그것을 나도 시도해 볼 엄두가 나는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들만큼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지속할 인내가 있을까에 대해 늘 자신이 없었다.


  그런 내가 작년 어느 순간부터 강연과 좋은 말씀들을 찾아 기웃대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도 무엇인가 달라지고 싶고, 꾸준하지 않더라도 완전히 깨끗이 포기해 버리지는 않는 사람 정도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저녁에는 귓전명상 채환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뭔가 답답한 생각이 들 때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다. ( 신기하게도 내가 고민되는 지점을 누군가 질문해 놓은 영상이 꼭 있더라. 사람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즉, 나만 힘들거나 유별나게 특이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

그리고 듣게 된 것이 김미경님의 강연이다.

우선 너무 재미있다. 말을 어쩜 그렇게 잘 하시는지, 재밌지만 웃고 끝이 아니라 용기를 붇돋을 수 있는 메시지도 정말 잘 전달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의 온라인 대학에 유료가입을 해서 공부를 시작해 보고 싶은 욕구가 물씬물씬 샘솟는다. 그녀의 조언대로 다이어리를 정비하고

새로운 계획을 짜고 그 분이 내신 책들을 사다가 내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에 밑줄을 쳐가며 열심히 읽었다.


  그런 다음 공부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우선 다양한 책을 매일 읽고, 지나간 나의 직업이나 꿈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를 접고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열심히 고민했다.

그리고 매일 기록하고, 지금 바로 시작해 보고 싶은 무엇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등록하고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고, 디저트 수업을 다니고, 운동을 시작하고, 영어회화 수업에 등록하고 영어동화책 읽기를 내 아이가 아니라 나를 위해 시작했다.

새로운 직업이 되어줄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탐색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내일배움카드를 만들고, 워크넷에 구직등록도 하고, 논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또 다른 책 관련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무엇이건 새로운 시도는 옳다며 하루를 열심히 살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고 보니,

나 자신을 탐색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열망을 이루는 대신, 그동안 내가 만들어 온 생활의 루틴은 많이 깨어졌다.

매일 목표했던 책읽기와 글쓰기는 목표한 만큼 집중하기 쉽지 않았고, 그림그리고 배워온 디저트를 실습하자니 돈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깨어졌다.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과제를 하고 시험 준비를 하다보니 우선 마음이 너무 급했고, 체력은 바닥을 쳤다.

가사노동 시간이 줄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 대화를 해 줄 시간과 내 마음의 여유가 줄었다. 집밥만이 꼭 최고는 아니겠지만, 아이에게 오늘 엄마가 밥할 시간이

좀 부족했노라 고백하며 사온 음식을 먹이는 횟수가 늘 때마다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 정리가 안되어 어수선해 보이는 것도 뭔가 짜증스럽다.


  즐겁게 의욕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찾아보려고 시작한 일과들인데, 그것들이 나를 추격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능력치가 큰 사람이 못되는데, 무엇인가 하나를 이루려면 그것에 온전히 집중해야 평균치라도 올라설 수 있는 느린 사람인데,

이제 나를 위해 시간을 쓰려면 이런 이상한 감정을 떠안아야 하는 것인지 몹시 불편했다.

순간, 나는 내 탓을 하고 있다.

난 대체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뭐냐고,,, 니가 지금 그렇게 일주일을 하루하루 쪼개가며 뭔가한답시고 정작 니 할 일은 모두 미뤄두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니가 사춘기 청소년도 아닌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지금 고민이나 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고.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니가 가족들 모두에게 민폐나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보라고.

체력이 모자라서 피곤한 것도 내가 몸 관리를 잘못해와서 그런것 같고,

다둥이 엄마들도 아이 다 키워놓고 다시 취업도 잘들 한다는데 나는 무능력한 것 같고,

인스타니 유튜브니 금손의 전업주부들이 수도 없는데 나는 그렇지도 못한 것 같고,

쓸모없이 남과의 비교, 이상한 내 탓이 무한의 굴레로 커져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해 가지고 이상한 고민을 끝도 없이 키워가고 있는거지? 라는 탓까지 더해진다.

즐거운 삶을 회복하고자 시작했던 루틴에 쫓기자, 나는 결국 원점보다 더 뒤로 후퇴하고 말았다.


한 일주일 쯤, 그런 생각의 구덩이를 깊이깊이 파고 들어가다가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내가 내 능력치를 또 벗어났구나.

나는 지금 휴식과 인정과 수용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잘 못하거나, 좀 느려도 나는 내 자신을 수용하고 갈 수 있는 만큼만 다그쳐야 하는구나.

김미경님의 말씀 모두 구구절절 옳고, 나도 그렇게 의욕적으로 뭐든 해보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지만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긴하지만,

결국 사람은, 아니 적어도 나는 내 속도를 지키면서 살아야 나 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상한 자기연민이나 혹은 엄격한 자아비판으로 내 탓을 하느라, 정작 그 생각에 시달리고 압도당하여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지금

편안한 마음을 되찾고 꾸준히 유지하는 게 더 우선이다.  그리하여 하나라도 나 다운 생활을 계속해서 쌓아나가고, 그 속에 무리하지 않고 새로운 나를

만들거나 발견해 나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쌓여있던 설거지를 한다. ( 한동안 낮시간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설거지는 저녁 때 한번만 몰아서 했다. 설거지가 많다고 느끼며, 늘 부담을 가졌었다. )

깨끗해진 개수대를 보니 기분이 좀 낫다.

내가 가진 접시 중 가장 크고 예쁜 것을 꺼내어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과일을 다양하게 담았다.

최대한 알록달록하게. 그리고 고기를 구워서 맨 위에 얹었다. ( 최근에 내가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메뉴다. 가족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

그리고 오늘은 김창옥 님의 강연을 틀어놓았다.

숨을 쉬게 해주는 무엇인가를 하고, 너무 애쓰지 않아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거라는 그의 말이 오늘따라 듣기 좋다.

위로가 되고, 어수선했던 마음이 차분해 지는 듯 하다.


  사람마다 사는 모습도 생각도 상황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의 능력치가 어떤지 본인말고는 제대로 알 수도 없고, 평가할 수도 없다.

내가 너무 한심해 보인다거나, 무엇인가 해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 탓인 것 같아 초조한 나와 같은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 애를 쓰며 시작하고, 시작했으니 반드시 뭔가는 이뤄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쫓기지 말고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내가 편안하게 숨쉴 수 있는 능력치는 어디까지인지 잘 관찰해 보자고 말해보고 싶다.

나의 새로운 개성이나 능력을 기필코 ‘발명’하거나 ‘발굴’하려고 하지말고

하루 하루 편안하게 나의 일상을 쌓아가다가 우연히 ‘발견’해 보자고.

그래도 괜찮고, 아마도 그것이 최선일 것 같다고 말해 보고 싶다.  


오늘 하루 나는 모든 일에서 ‘내 탓’의 지분은 얼마나 될 지 너무 고민하는 일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저 편안한 사람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은 좀 달려보고 싶은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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