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러캔스 Dec 02. 2023

23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23

놀랍게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여러 번의 정리 해고가 있었고 안타깝게도 팀원 몇 명은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실망스러운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정리해고, 3일간의 출근, 그리고 무능한 매니저들.


1. 팀을 함께 이끌고 가야 할 자들은 결국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었다. 그 왕국에 속한 자들은 그나마 안전하나 그 왕국 밖으로 밀린 자들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왕국에 속한 자들은 또다시 왕국내에서 특권층을 형성해 갔다. 특권층에 속하면 권한이 더 주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만든 규율을 따라야 되고. 난 특권층에 들기를 거부했다. 물론 누군가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그 특권층이 좋은 결정을 내리거나 무언가를 생산적으로 만들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특권층 회의 안건으로 올리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신물이 올라오는 듯했다. 그래서 너희들의 결과물이 뭔데?


2. 매니저는 나의 작년 평가를 망쳤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매니저가 나에게 사과를 하며 올 한 해는 다시 평가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했다. 한 해 동안 결과는? 매니저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어떤 경력 발전에 도움이 될 일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나는 작년에 큰 그림을 그리며 팀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고 팀은 그대로 나아갔다. 하지만 참담한 평가에 올해는 그저 모든 것이 흘러가게 두었다. 흘러가게 두는 것을 매니저는 그저 바라보았고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고 방관했다. 그리곤 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찾아서 그 일이 잘 흘러가게 만들었다. 내 경력에 도움이 되었나? 글쎄...


3. 회사는 항상 얘기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고. 그렇지만 3일간의 출근은 그들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를 뒤바침할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고 공개할 생각도 없다. 팀이 같이 모여서 일하고 설령 사무실에 다른 팀원이 없더라도 사무실에서 회사의 문화를 느끼고 배우란다. 결과는? 3일간 혼자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정녕 회사가 말하는 문화인가?


참으로 실망스럽고 어려운 한 해였다. 내년에는 어떤 칼바람이 불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바닥인 줄 알았던 상황은 항상 바닥이 아니었기에.

매거진의 이전글 22화. 생존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