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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Apr 06. 2021

치료에 대하여

발달 지연 아이가 받고 있는 치료들

 첫째 아이의 발달이 더디다는 것을 느낀 건 돌 무렵이었다. 주위 친구들이 하는 옹알이를 하지 않았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개 들기, 뒤집기, 배밀이, 기기, 걷기 등 대근육은 발달을 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이유식을 거부했고, 돌 전후 아이들이 좋아하는 촉감 놀이도 싫어했다. 무엇을 만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촉각이 예민해서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 돌이 다 될 무렵까지 아이는 의사 표현을 비 언어적인 표현으로 했으나 언어적 표현은 하지 못했다. 언어치료사인 친구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검사를 권유했으나 나는 외면했다. 빠른 애가 있는 것처럼 느린 애도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발달 지연, 장애, 그 밖에 수많은 병명들. 그것은 나와는 무관한 세계라고 믿고 싶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발달 센터에 처음 데리고 간 것은 네 살 때였다. 그 사이 잠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돌리고 돌린 말로 퇴소를 권유받았고, 아이는 엄마인 나와 분리가 되지 못했다. 짐보리, 퍼포먼스 미술, 음악학원, 각종 문화센터, 미술관, 박물관, 키즈카페, 공원, 외국여행, 국내여행 등등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곳은 모두 다 데리고 다녔었다. 하지만 아이의 말문은 열리지 않았다. 


 첫 언어 평가에서 아이는 2년 이상의 지연 소견을 받았다. 평가를 받은 센터에서 언어 치료를 시작했다. 나와 분리가 되지 않은 아이는 5분 10분 간격으로 교실을 뛰쳐나왔다. 영원히 아이의 말문이 열리지 않을 것 같았고, 나는 센터에 가는 게 싫었다. 결국 아이는 세 달 정도 치료를 받고 그만두게 되었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서 그만둔다고 말했지만 실은 나의 문제였다. 나는 아이의 발달의 문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섯 살이 된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섯 살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장애 통합반이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인데, 그곳에서 선생님들에게 장애 통합반을 권유받았다. 우리 아이는 일반반으론 다닐 수 없는 거죠? 통합반에 있다가 좋아지면 일반반으로 옮길 수도 있는 거죠? 여전히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지 못했던 나는 이제와 생각해보면 별 중요치 않은 것에 집착했다. 


 그렇게 아이는 대학병원에서 발달 지연의 진단서를 받아서 장애 통합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언어 치료와 감각통합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 시작한 치료는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두 달만 치료받으면 말문이 열린다는 기적과도 같은 카더라를 들어왔던 나는 처음엔 차도가 없는 치료에 좌절했다. 언어 치료 선생님은 몇 분에 한 번씩은 뛰쳐나가는 무발화에 가까웠던 다섯 살의 아이를 붙잡고 수업을 했다. 그렇게 5분에 한 번씩, 10분에 한 번씩 엄마를 찾아 뛰어나오던 아이는 이제는 언어 선생님이 오지 않는 날에는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말하고, 가요를 따라 부르는 수준이 되었다. 다섯 살에서 일곱 살까지, 이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는 주어를 갖춘 제대로 된 문장 사용에 서툴고, 어휘력 확장에 힘을 쓰고 있다. 


 감각통합치료는 감각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치료를 한다. 나의 아이 같은 경우는 처음엔 예민한 감각 때문에 촉각 수업, 코어에 힘 제대로 써서 착석, 소근육 힘을 키워서 연필 잡기, 그림 그리기, 글씨 쓰기 등등에 대해 치료하고 있다. 현재는 제법 글씨도 따라 쓰고, 그림도 그리고, 가위로 머리도 자를 수 있게 되었다. 


 발달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폭력적이고 거짓말을 일삼는 아이를 겪게 됐었다. 뭔가 문제가 있구나, 진짜 치료가 필요한 친구는 저 아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양육자는 아이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조금도 생각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양육자가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고, 기다려주는 게 전부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나는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치료를 뒤로 미뤘다. 그 점이 두고두고 아이에게 미안했다. 자폐스펙트럼을 의심받았던 아이는 (눈 맞춤, 감각 예민, 사회성, 무발화, 시각 추구, 미디어 중독, 특정의 것에 집착하고 잘 외움) 꾸준한 치료로 이제는 언어지연으로 인한 발달 지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이가 정상 발달이든 발달 지연이든 장애든 자폐든  ADHD든 중요한 것은 양육자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그것이 쉽다는 건 아니다. 나도 내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하진 못한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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