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지음
4개의 중단편이 소개되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은 맨 처음 소개된
"해리건 씨의 전화기"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척의 일생"이다.
"척의 일생"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되는 장면.
만약 나 역시, 그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내 삶은 어떻게 전개될까.
과연 지금 했던 행동을 선택을 똑같이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갖게 했던 엔딩.
역시 탁월한 소설가는 뭐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렇게 별거 아닌 전개로도 독자로 하여금 무한 상상루프를 돌리게끔 만들어버리니까.
단편이라 하기엔 꽤 길어서 중편으로 소개해야할 "피가 흐르는 곳에"는 사실 가장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완결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그래도 끝까지 보았다.
저자의 '아웃사이더'에도 나왔던 주제인것 같은데 작가가 이 주제에 꽤나 빠져있는 듯하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액체로 변화가능한 그것이 뭔가 근본적인 '악'으로서 등장하는 구도.
그리고 마지막 단편은 샤이닝이 생각나는(사실 샤이닝을 보지않았다), 그리고 미스트도 생각나는
그러한 배경인 '쥐'이다. 단편을 써온 작가가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 어릴적 살았던 외딴 시골 마을의
통나무집으로 떠나고 험궂은 날씨를 만나게되면서 고립되는 이야기.
창작에의 욕구와 그 욕구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정신상태와 그 안에서 우연히 만난 '쥐'와의 이야기랄까.
작가가 본인을 투영한듯,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짧은 단편이지만 "피가 흐르는 곳에"보다 약간 더 재미있다.
스티븐 킹의 단편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고, 그의 수많은 이야기들중 이 책이 최고는 왠지 아닐것 같지만
그래도 연휴와 평상시의 주중의 날들이 섞여서 뭔가 리듬을 잃어버린 요즈음 무기력을 달래주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모든 종류의 크리에이션을 존중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들의 '그것'은 진심 존경스럽다.
나는 못할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