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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작가 Mar 23. 2022

중고 신입, 서류 광탈당하지 않는 법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이력서 작성하는 법


이력서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과 메일함을 확인했다. 서류 합격 통지를 기다렸지만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경력과 학력이 무관하다는 채용 공고는 진입 장벽이 낮아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지원서를 스무 곳 이상 넣었지만 회신은 없었다. 내 이력서에 뭔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했다.


중고 신입이라는 핸디캡을 감추기 위해 이력서 과거 이력을 넣지 않았다. 입사하게 된다면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다짐과 계획만 있을 뿐,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었다. 과거의 경험과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은지 '연결 고리'가 필요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면접을 보고 싶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매력적인 이력서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관 입장에서 이력서를 검토한다면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두고 볼지 체크해봤다.


나이, 경력, 학력 등은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요소가 아니였다. 대학교 전공, 어떤 회사에서 몇 년 동안 일했는지 간단명료하게 숫자로 표현해야 했다.


다만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 성격, 역량 등은 좋고 나쁘다는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서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고민했다. 대리로 일했을 때 어떤 신입사원과 일하고 싶었는지 되짚어보았다.


태도

- 일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

- 선배들을 서포트하려는 자세와 센스


성격

- 강한 멘털과 긍정적인 마인드

-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활달한 성격


역량

- 지시한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 기본적인 오피스 작업 툴을 다룰 줄 아는 사람


대리는 과장님의 업무를 뒷받침하고 신입 사원 케어를 동시에 하는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보통 선임의 업무를 덜어줄 사람을 적임자를 채용하기 때문에 그 점에 맞춰 핵심 역량을 3줄로 정리했다.



단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


이력서 상위에 적은 핵심 역량 3가지는 아래와 같이 적었다.


1)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과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체력

2)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로 차별화된 상품 기획 및 통계 분석, 인사이트 도출

3) 7년의 사회 경험으로 오피스 업무를 능숙하고 빠르게 파악하고 배울 수 있는 능력



첫 번째, 친화력과 체력

32살, 중고 신입에게 나이가 가장 핸디캡이 될 것 같아 친화력을 가장 1순위로 뽑았다. 공대를 거쳐 엔지니어링 회사까지 10년 동안 건설 분야에서 일하면서 성격은 털털하게, 일은 꼼꼼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생겼다.


다양한 직무를 해야 하는 회사일수록 동료들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동료나 선임과 관계가 어색하거나 불편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친화력을 어필했다.


체력을 더한 이유는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일을 맡았을 때 책임감 있게 해낼 수 있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흔하지 않은 경험이라 면접 때 왜 도전했는지 어떻게 완주했는지 질문을 받았다.


절대 불가라고 생각했던 목표, 스스로 그 한계를 깨보고 싶어서 도전했고 4시간 14분 기록으로 완주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 내외면을 단련해가는 과정에서 목표를 향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했는지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어필했다.   

 


두 번째, 다양한 여행 경험과 노하우

건설업에서 여행업으로 왜 커리어를 왜 전환하게 되었는지 가장 궁금할 것 같았다. 나의 여행 경험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후킹' 포인트였다. 가장 상단에 있는 핵심 역량 3줄을 읽고 자기소개서 본문을 읽게 만들기 위한 두 번째 전략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로컬 여행과 액티비티 투어 상품을 만드는 여행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 여행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어떤 상품을 기획하고 싶은지 이전에 여행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기획하고 싶은 상품에 관한 아이디어도 포트폴리오에 적어두었다.


또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었던 동종 업계 분석과 경쟁사와 차별화 포인트도 포트폴리오 내용에 담았다. 회사 내부 사람들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을 궁금해한다.


몇 년 후, 여행에서 비즈니스 분야로 직무를 전환했을 때도 '경쟁사 분석 리포트' 를 제출했는데 면접에 통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나의 핵심 무기였다.



세 번째, 사회 경험과 능숙한 업무 능력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의 일을 덜어줄 결정적인 요소였다. 7년 동안 사회경험을 했다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


회사에서 사용하는 오피스 업무 툴도 능숙하기 때문에 실무에 바로 투입해서 일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인력 리소스를 줄일 수 있는 중고 신입만의 강점이었다.


중고 신입의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한 이 3가지 역량을 이력서 최상단에 작성했다.



경험 자산으로 채운 포트폴리오


엔지니어로 일했을 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제출했는데 여행사 신입을 준비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예전 포트폴리오는 전공도 이전 경력도 여행사와 전혀 무관한 자료라 나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여행사에 취업하려면 포트폴리오에 어떤 자료를 제출할까?'

'여행 다녀온 경험을 적나?'

'나도 여행은 꽤 많이 다녔는데...'

'여행 경험이라도 포트폴리오로 정리해 볼까?'



나답게, 색다른 여행을 떠나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유일한 낙은 1년에 2~3번 떠나는 해외여행이었다. 평소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업무가 많아서 보통의 하루를 즐길 시간이 적었다. 그래서 한 번 떠날 때 제대로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떠나기 3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웠다.


회사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던 2016년. 팀원 한 명씩 한 달 무급휴가를 사용하도록 권고 지침이 내려왔다. 어차피 쉬어야 한다면 그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싶어서 한 달 내내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으로 뭘 배우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직장 생활하면서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달 꽉 채워서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계획을 친한 동료 몇 명에게 이야기했더니 돈도 안 벌면서 돈을 더 쓰면, 나중에 돌아와서 카드 값에 괜찮겠냐고 부러움보다는 오히려 걱정을 해주었다.


한 달 동안 떠날 여행지를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되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안전하고, 물가도 저렴하고, 날씨가 좋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던 중 호주 사람들이 '발리'로 서핑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여행지를 발리로 정했다.

 

당시 발리는 한국에서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관광지였고 여자 혼자서 발리로 여행 가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신혼여행지를 왜 혼자서 가는 거야, 위험하게~'

'발리가 액티비티 천국이거든요. 서핑이랑 요가도 배우고 일출 트래킹도 할 거예요'


한 달 동안 홍콩과 발리에서 마라톤, 트래킹, 서핑, 요가 등 계획했던 액티비티들을 즐기며 현지 로컬 친구들도 사귀었다. 일반 관광객과 다르게 현지인들에게 추천받았던 레스토랑, 카페, 관광지를 다니며, 인생 최고의 여행 추억을 남겼다.



경험을 기록으로. 기록은 기회로.

어떤 콘셉트로 여행을 기획했는지, 경험하고 얻은 인사이트를 포트폴리오에 사진과 글로 담았다. 기록을 바탕으로 앞으로 내가 기획하고 싶은 여행 상품과 방향성도 함께 기술했다.


- 현지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불편했던 사항들과 개선점

- 현지 여행사에는 없는 차량 가이드 투어의 기획과 운영 방안

- 한국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발리의 액티비티 문화와 소구 포인트


나만의 관점으로 어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채워나갔다. 수정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로 다시 입사 지원을 했고 몇 군데 여행사에서 면접 요청이 왔다. 퇴사 후 약 10개월 만에 첫 합격 소식이었다.


그렇게 중고 신입의 첫 출근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막상 입사를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제안받은 신입 월급은 고작 130만 원. 전 직장 월급에 반 토막도 안 되는 월급으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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