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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작가 Sep 24. 2021

다시 시작하는 두려움과 늦은 후회의 무게

나를 위한 직업을 찾는 과정


일에 주도권을 빼앗긴 삶


잠시 고통을 잊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외부의 방해 요소가 없는 오직 나에게 집중할  있는 곳으로 인생 설계를 하기 위해 떠났다. 발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했다. 바닷가에 앉아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며칠 동안 지는 해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도 행복할 수 있구나, 그동안 난 무엇을 위해서 바쁘게 살았던 걸까?'


여행자라서 느낄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와의 대화' 가장 뒷자리로 미뤄둔 채 , 연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나를 돌보지 못했다. 사소한 것에서 느낄  있는 행복을 잊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나를 돌보지 않아서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번쯤 물어봤어야 했다. 일을 1순위로 두고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끼워 넣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했다. 삶의 주도권을 일이 붙잡고 있어서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두려움과 늦은 후회의 무게


인생을 살면서 일하지 않고 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은퇴해서 60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면 앞으로 30년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되었다. 일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나를 위한 진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은 어떤 회사에 다니고 싶은지 '직장' 선택했다. 스타트업, 벤처기업, 중소기업까지 3곳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동종업계의 '직장'은 어딜 다니더라도 일의 고충은 비슷하다.

다른 환경에서 일하길 원한다면 '직업'을 바꿔야 한다.


32살, 신입으로 입사할 기회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늦은 후회보다 다시 시작하는 두려움의 무게가 더 가벼울 것 같았다. 당장에 가늠할 수 있는 무게는 아니었지만 '현재에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늦기 전의 퇴사를 결정했다.




나의 일을 찾는 여정


퇴사하고 몇 달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다. 직업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몰라서 신중하게 정하고 싶었다. 나의 핏에 맞는 일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 일은 왜 해야 할까?

- 인간의 3가지 핵심 동기는 돈, 자유, 의미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한다. 최소한의 경제적인 요건만 충족된다면 일 그 자체가 생산적이고 재미있으면 좋겠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을 할수록 '전문성'이 짙어져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 일은 언제까지, 어디서 하고 싶은가?

- 인생은 60세부터 시작한다는 말처럼 30년 열심히 일하고, 30년은 취미 부자로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다. 일을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70세까지도 하고 싶다.

-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바깥 활동보다 '지식' 기반으로 사무실에서 몰입하면서 하는 일이 더 잘 맞았다.
3)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 30%의 협업과 70%의 혼자 하는 일을 선호한다. 지켜야 하는 마감일 범위 내에서는 스스로 자유롭게 조율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좋았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월초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주차별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에 의해서 나의 일정이 급하게 바뀌는 상황이 일하면서 가장 피곤했다.

- 30%의 협업이 필요한 이유는 모든 일은 혼자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결과물이 잘 나오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완성도가 높았다.
4) 무슨 일을 해야 할까?

- 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의 핏에 맞는 일들을 생각해 봤다. 일의 조건은 대략 정해졌다. 이제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할지 정해야 하는데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섣불리 정하기 어려웠다.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오래 고민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발리에서 느꼈던 진한 깨달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매일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한지 몇 년간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타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일과 삶이 분리되는 괴리감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업으로 삼아서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되었다.


'처음부터 창업을 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여행사에 취업하면 일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취업 사이트에서 여행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다양한 직무가 많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특정 직무를 선택하기 어려웠다. 직접 경험해보고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최대한 다양한 직무를 겪어 볼 수 있는 회사로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중고 신입의 재취업 도전기'가 시작되었다. 현실과 타협하여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는 전략을 잘 세워야 했다. 나는 취업이라는 전투에서 제대로 사용할 무기가 없었다. 하지만 무기가 없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다시 도망치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 일단은 내가 가지고 있던 경험을 재료로 무기를 만드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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