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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 소녀 하이디 Aug 26. 2019

산책을 한다. 동네를 기록한다. 일상을 기억한다.

우리 동네 고베 기타노 재발견, 두 번째 이야기

아무 변화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위치한 도시 고베. 그리고 그 도시에 위치한 작은 동네 기타노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 나라가 추구한다고 보는 "불변"이라는 가치와는 다르게 크고 작은 변화를 보여주는 유기적인 장소이다. 이곳의 주민이 된 지 햇수로 5년, 기간으로는 4년이 되어는 사이에 이 동네에 생긴 크고 작은 건물 새 건물들과 새 가게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주차장의 탈바꿈

원래 주차장이었던 이 곳에는 이제 작은 규모의 맨션이 들어섰다. 고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인 이곳 기타노에서는 지금도 빈집을 꽤나 발견할 수 있다. 그런 곳에 또 새로운 맨션이 들어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한집 두 집에 채워지는 불빛을 볼 때마다 일본인들도 새 집을 좋아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주차장이었던 곳에 새로 들어선 맨션


이곳은 리노베이션 중

기타노는 결혼의 성지이다. 일본인 들은 예쁜 서양식 건물 앞에 서서 결혼 기념사진을 찍고 서양식 결혼을 하는 것을 모든 신부가 꿈꾸는 세련된(오샤레나 おしゃれな) 결혼식으로 친다. 기타노의 가장 번화한 거리인 이진칸 도리에 위치한 두 곳의 건물이 있다. 웨딩 샵으로 채워졌던 이곳들은 최근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계속 결혼식 관련 샵들로 채워질지 작년에 오래된 빈 건물이 공유 경제 커뮤니티로 태어났었던 것처럼 새로운 어떤 장소로 변할지 아직 알려진 것은 없지만 살짝 기대된다.  



집 앞 식당

늙은 부부와 그들의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밥집이다. 나와 남편이 주말 아침 가끔 브런치를 먹으러 간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산미가 강한 커피를 내려 주고, 어떤 메뉴를 시켜도 이곳에서 흔치 않은 곱빼기 양을 자랑한다. 명물 닭고기 튀김은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집에서 가까운 가게 위치 덕분에 우리 집 저녁상에 일주일에 한 번은 오르는 단골 메뉴의 역할을 한다.


토리카츠가 명물이 된 이곳


기타노, 카페 천국이 되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카페가 좀 생겼으면 하는 것이 나의 오래된 바람이었다. 그 유명한 기타노 이진칸 스타벅스는 관광객들에게 점령된 지 오래이고, 다른 일본식 커피집은 흡연석과 같이 운영되거나 어두 침침한 조명 탓에 작업환경에는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 이곳 기타노에 최근 두 곳의 카페들이 생겼다.


리오 커피

이 카페는 고베에서 시작된 작은 체인이다. 체인이라고 해 봐야 근처 아시야 시에 한 곳, 그리고 이곳 기타노에 한 곳이지만 본인들의 로스터리에서 커피를 볶아 맛이 늘 신선하다. 일정 금액을 내면 하루 종일 카페를 이용하며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한 달 정액제 서비스도 있다.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카페에 적용한 것이다. 자주 이곳에 출현하는 나와 남편 ㅇㅇ이는 바리스타도 알아보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커피 빈 사러 일하러 자주 찾는 리오 커피


Green's Farm 그린 팜

온갖 식물로 채워진 실내 정원에 꾸며진 꽃가게 겸 카페이다. 커피와 티 그리고 미리 구워 놓은 프레첼과 몇 종류의 빵이 메뉴의 전부이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꽃과 나무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다. 카페 한쪽을 차지하는 커다란 테이블에서는 공부도 할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고, 그 옆에서는 종종 꽃꽂이 강의가 열리기도 한다. 서로 함께 자라는 식물들처럼 이 테이블에서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한다. 원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멋진 가게와 카페로 재탄생했다. ㅇㅇ이는 이곳이 그렇게나 좋은지 나중에 우리 집도 이렇게 꾸며 보자며 새롭게 장만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댄다.



지금은 비어 있지만 언젠가는 채워질 곳들


길 건너 그 가게

그동안 여러 카페들이 컨셉을 바꿔 가며 영업을 시작했지만 몇 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 지금 공실로 남아 있는 이 가게의 다음 주인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



편의점이 있던 그곳

이곳으로 이사 온 후 한 동안 요리를 못하고 시간도 없었던 나와 요리를 잘 하지만 마찬가지로 너무 바빴던 ㅇㅇ이를 대신하여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 줬던, 집에서 최단 거리에 위치했던 편의점이 있던 곳이다.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꽤나 붐비던 곳이어서 폐점한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지금은 비어있지만 언젠가는 좋은 주인을 만나 나와 ㅇㅇ이를 기쁘게 하는 그런 장소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더운 일본의 여름 날씨라고 하지만 8월 말이 되니 그 더위가 한 층 꺾였다. 고베의 대표 산동네 기타노에도 제법 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동네도 바뀐다.


동네 이곳저곳 바뀐 곳을 기록한 이 글은 나에게는 산책을 통해 발견하는 소소한 일상의 기억임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이곳에 불고 있는 변화를 알려주는 알림장 같은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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