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의 글쓰기
인사담당자는 오늘도 보고서를 쓴다. 밤새 고민하며 쓴 보고서가 의도대로 실행되기를 기대한다.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대형서점 매대에는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소개한 책이 산처럼 쌓여있다. 논리적 사고, 사업에 대한 이해, 두괄식 표현을 이구동성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성원의 행동과 정서가 충실하게 반영된 ‘인사관리’ 보고서를 쓰기 위해 인사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일까? 필자는 생생한 보고서의 쓸거리 확보를 위한 ‘인터뷰 역량’과 다양한 구성원과의 소통을 위한 ‘공감능력’이 기초 체력이라 생각한다.
첫째, 현장을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인터뷰 역량을 키우자.
오늘날 인사부서의 역할은 크게 인사서비스 제공 기능 (Shared Service Center)과 전문화된 분야의 컨설팅 제공 기능 (CoE ; Center of Expertise) 및 현장 지원기능 (Business Partner)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변화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마다 구성원의 욕구와 감성 그리고 조직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현장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경영학 교과서의 인사관리 이론과 어설픈 짐작이 아닌 펄떡이는 현실을 감지하는 변화관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터뷰 역량’이다. 인사담당자들은 보고서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수 많은 구성원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를 왜 하는가? 작성된 인사보고서의 의미는 보고받는 의사결정자가 갖고 있다. 그들이 보고서에 담긴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인사담당자는 구성원과 의사결정권자간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구성원에게는 말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의사결정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형식적인 답변이 아닌 팩트 (Fact) 를 듣고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결국 인터뷰 역량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주변지식’이 아닌 ‘핵심역량’이다.
필자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올해 상반기 동안 국내외 현장을 방문하고 구성원을 인터뷰 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 치밀한 준비 후 인터뷰를 진행하면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장을 방문하기 전에 프로젝트의 현황과 이슈, 애로사항을 사업부문을 통해 미리 파악해야 한다. 인터뷰 대상자의 인적 사항과 주요 수행 프로젝트 경력을 파악하고, 그와 함께 일했던 구성원에게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를 종합하여 현장이 어떤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을지 상상을 하고 방문을 해야 한다.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이다. 상대의 상태에 맞춰 존중하면서 대화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존중하며 듣고 있구나’라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면 누구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건설공사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구성원의 인터뷰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1)
“…이곳 현장의 원가율과 공정율은 어떤가요?... 최근 특별한 이슈가 무엇인가요?... 얼마전부터 근로시간이 꽤 길어졌다고 들었습니다만… 원인이 뭔가요? 힘드셨겠어요…”
의미있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인터뷰에 나서기 전에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파악, 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를 파악해야 한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슈를 파악한다면, 감정은 전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깊이 있는 파악은 어렵다.
(개선방식)
“…저희가 파악하기로 본 현장은 현재 계획대비 원가율 1.3% 상승, 공정율 0.7%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3개월간 터널공사 발파시 발생된 소음으로 발생된 민원이 가장 큰 사유라고 알고 있습니다.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계획된 공사일정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연된 일정만큼 근로시간의 추가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을 제안 드립니다. 본 현장과 상황이 유사한 A현장에서도 탄력근로제를 적용해서 지연된 공정율을 만회한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근로자대표와 동의 등 몇 가지 절차는 거쳐야 합니다. 그 외 제가 파악하지 못한 이슈가 또 있을까요?...”
둘째, 공감능력이 답이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원활한 소통의 핵심은 ‘공감’이다. ‘공감'이란 무엇일까?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는 공감을 ‘남의 눈과 귀와 가슴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라 말했다.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있을까?
일주일에 닷새 술 약속이 잡혀있는 나이 마흔다섯의 미혼 남자 부장은 매일 아침 두 살짜리 딸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출근하는 서른둘 여자 대리의 ‘정시 퇴근’ 노력을 이해하지 못한다. 삼십년을 중동 건설 현장에서 모래바람과 싸우며 거칠게 살아온 오십대 후반 상무이사는 신입 여직원이 두들기는 알록달록한 ‘곰돌이 푸’ 컴퓨터 키보드를 이해할 도리가 없다.
어느 직무담당 수행자 보다 조직 내 다양한 구성원을 접하는 인사담당자는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공감능력’이 답이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가 가져야 할 공감능력은 무엇일까?
구성원들이 인사부서를 찾을 때는 ‘조직생활에서 힘겨움이 찾아올 때’이다. 하는 일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운 이슈가 발생하면, 혼자 고민을 하다하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인사부서의 문을 두드린다. 자신에게 닥친 난관을 해결할 혜안을 얻기 위함이다.
입사 이후 십 년간 한 부서에 묶여있는 A과장은 경력개발정체와 심각한 매너리즘을 해결하고자 큰 마음을 먹고 인사부서를 찾았다. A과장의 답답함을 들은 인사담당자가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한다.
(사례 2)
“…현재 계시는 부서는 우리회사의 핵심부서이고 구성원들이 너도나도 일하고 싶어하는 곳인데 왜 이동하려 하시나요? 조직 생활하면서 자기가 일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한 부서에만 오래 계셔서 힘드시겠지만, 현재 다른 부서에도 공석이 없네요. 당분간은 그대로 계셔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결책을 얻으러 갔다가 충고만을 들은 A과장의 기분은 케찹보다 더 찹찹하다. 구성원의 입장에 서서 눈과 귀와 가슴으로 보고 듣고 느낀 후에 대화를 진행한다면 어떨까?
(개선 방식)
“오늘 말씀하신 내용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저희가 과장님의 고충을 모르고 있었네요. 한 부서에 10년 넘게 계셨다면 경력에도 문제가 있겠지요. 물론 한 가지 일만 10년을 하셨으니 직무 전문성은 누구보다 깊어지셨겠지만, 매너리즘도 심각해지셨겠네요. 말씀하신 내용을 기억하고 저희가 관리하는 ‘이동대상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다른 부서의 인원충원 요청이 있을 경우 요구되는 직무와 경력을 반영하여 과장님을 최우선 부서이동 대상으로 검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