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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택트러닝 캐리 Aug 12. 2019

몰라서 물어요?

Q5_지원 동기는 너무 어려워요

OO여대에서 취업특강을 하는데 끝나고 한 학생이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지원동기가 제일 어려워요. 거의 모든 회사가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뭐냐고 묻는데, '너네 회사에서 돈 벌려고'를 1000자로 늘려 써야 하는 기분이에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하고 같이 웃었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나도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공감이 되어서랄까.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이 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매일이 너무 보람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러 갈 생각에 설레는 것은 아니다. '아 진짜 못해먹겠어' 하다가, '대출이 있는데 회사 가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일개 봉급쟁이로 사는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취직해서 내 일의 참맛을 느껴보기도 전에, 정말 순도 100%로 '그 일이 하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당신 회사에 뼈를 묻고 싶어요' 하기는 내가 생각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근데 가끔 신기한 그런 학생들이 있긴 했다. )


솔직하게 지원 동기를 꺼내놓자면, 아마 이런 말들을 제일 많이 하지 않을까?

'당신네 회사가 연봉을 많이 준다고 들었소이다'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취업하는 게 나의 목표일 뿐이오'

'솔직히 삼손전자에 가고 싶지만 하도 들어가기가 힘들대서, 일단 당신네 회사에 지원해 보는 거요'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없다 보니 어려울 수밖에.


채용담당자로 많은 지원서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지원 동기는 프러포즈와 비슷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하면 (물론 헤어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결혼할 때는 평생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보는 건데, 저런 생각만 품은 사람과 미래를 그릴 순 없지 않은가.

묻고 싶지 않을까? 나여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아무리 똑똑한 직원이라도 우리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배터리 없는 스마트폰과 다름없다.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성과를 낼 때까지는 적게는 1년 많게는 2년까지도 걸리는 게 보통이다.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가봐(직무동기)' , 혹은 '여기는 내가 생각했던 회사가 아니야(회사선택동기)'의 이유로 조기에 이탈해버리면 회사는 엄청난 손해다. 게다가 회사에 남은 자들의 동기 저하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동기, 동기 할 수밖에 없다. 신입은 게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직무역량이 높은 것도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회사도 안다. 우리 회사가 처우가 매력적일 수 있고, 지원자는 무엇보다 취직이 하고 싶다는 것을.

그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회사에, 이 일에 내 삶을 연결하고 싶은 뜨거운 감정이 있다고 고백해줘야 그 사람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취업코칭했던 친구 중에, 내가 이 회사 담당자라면 참 뽑고 싶겠다 라는 마음이 들었던 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와의 대화를 소개해본다.



나: 여행업계 1위 '안와 투어' 여행상품기획자 포지션이군요.


학생: 네, 여행상품 개발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나: 왜 이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직무 동기를 체크해보려고 한 질문)


학생: 어렸을 때부터 뭔가 만드는 것을 되게 좋아했어요. 강아지 밥그릇을 특이한 모양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할머니 침대에 이것저것 편의 시설 같은 걸 만들어 달기도 했었어요.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또 뭘 만들어드리면 좋을까 신나게 고민했던 거 같아요. 대학 때 동아리를 했었는데, 동아리 행사들을 기획하면서도 비슷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매년 하는 행산데 올해는 어떻게 하면 더 의미가 있어질까 이런 고민들을 녹여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 너무 짜릿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뭔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잡아간 거 같아요.


나: 그럼 여러 옵션이 많을 거 같은데, 그중에 왜 여행을 택했어요? (직무 동기를 체크해보려고 한 질문)


학생: 사실 어머니가 갱년기 때 우울증이 심하셨었어요. 고민 끝에 아빠가 이모들하고 여행을 엄청 보내드렸는데, 그러면서 눈에 띄게 좋아지시더라고요. 여행이 새로운 곳에 가는 재미난 경험이라는 생각은 늘 했었는데, 그렇게까지 삶에 큰 변화를 주는 일인지 그때 알았어요. 얼마 전에 읽은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굿 라이프'에서도 행복하고 싶다면 여행을 자주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여행상품 기획하면 좋겠다. 내가 디자인하는 여행 콘텐츠로 사람들의 삶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 근데 여행사는 많잖아요. 그중에 왜 '안와 투어'예요? 역시 업계 1등이니까? (회사 선택 동기 체크)


학생: 물론 기왕 하는 일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알아주는 회사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저도 해요. 근데 업계 1위라는 것은 이것 말고도 저한테는 다른 의미들이 있어요. 제가 기획한 상품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에요. 내가 만드는 상품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더 잘 만들고 싶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1위 회사는 계속 그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변화의 노력을 많이 하잖아요? 그 부분도 상당히 저랑 맞을 것 같아요. 다른 회사는 생각해내지 못하는 상품들을 새롭게 도전해보는 일은 이 일을 오래도록 즐기게 하는 힘이 될 것 같아요.


얼마만큼 이 친구가 나에게 한 이야기가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친구가 (일을 안 시켜봤으니 능력까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안와 투어'에 들어가면 정말 열심히 즐겁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주변에 '안와 투어' 인사담당자를 아는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진짜 취업] 매거진 읽기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들만 골라봐도 괜찮아요.

개별 질문들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Q1부터 순서를 따라가면 좋아요.

질문들이 많이 모아지면, 취업 방향편/지원서편/면접편 등으로 카테고리를 묶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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