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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Nov 09. 2022

정말 오랜만에 이웃이 찾아왔네

운동을 해야 알통이 생기지

이게 무슨일이야! 정말 오랜만에 이웃이 집을 찾아왔네


옆집 어르신이 반겨주셨다. 

얼마 전에 캐왔던 고구마와 재래시장에서 사 온 배를 쇼핑백에 담아 찾아갔다.

한계단씩 올라갈 때 마다 찾아가도 되는건가 신기했다.


벨을 누르고 조금 지나니 어르신께서 문을 열어주셨고, 

최상층이라 보일러도 안 틀고 차가워도 이해하라며 거실로 안내해주셨다.

우리가 가져온 작은 선물을 전달해드렸다.


곶감과 떡 그리고 포도까지 많은 양을 내어주셨다.


어르신 : 커피드릴까요? 아니면 생강차는 어때요?
나 : 방금 저희 부부 커피 먹고 와서 생강차 좋을 것 같아요.
어르신 : 이 생강차 내가 직접 담궜어요. 아이구 이게 무슨일이야 세상에 젊은이웃이 찾아왔어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놓았다. 

놀라운 사실은 60세 정도 되는 어르신인 줄 알았는데 80세가 넘은 노부부였다. 엄청나게 동안이라 놀라웠다.


나 : 옥상에서 아버님이 한번 나오시고 어머님도 한번 나오셔서 궁금했어요. 비 올 때 아버님이 밀짚모자를 쓰고 나오셔서 저희도 비만 오면 밀짚모자를 쓰면서 나간다니까요. 오늘은 어머님이 나무에 곶감을 여러개 찔러놓고 빨랫대에 말리시길래 우리도 곶감을 말려야 하나 생각했다니까요. 그런데 아버님은 어디 나가셨어요?
어르신 : 우리 아저씨는 산에 갔어. 운동을 해야지 그래야 다리에 알통도 생기는거야. 우리 아저씨한테 곶감 좀 말리게 나무를 하나 구해오라고 했더니 오전에 나무 구해놓고 나갔더라고. 그래서 곶감을 나무에 꽂아서 말리고 있었지. 우리 아저씨가 곶감꼭지를 따버렸어. 그러면 벌레가 생긴단 말이야. 아이구 일은 아저씨가 저지르고 내가 항상 뒷처리지 뭐야 하하하 (내심 할아버지의 생각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쿵짝이 잘 맞는 노부부의 바이브가 느껴졌다. 


노부부의 아들 둘이고 50대가 넘었다. 일산에 47평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계속 47평을 강조하시는걸 보니 꽤 자랑스러우셨나보다. 독립문이 가까이 있는 곳에 살다보니 애국심이 샘솟는다는 이야기도 전해드렸다. 독립문역사공원에 가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유관순 열사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서 일본인이 와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칠 것 같은 곳이라고 우리 부부는 그렇게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꽤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다녀야 했는데 노부부 아들부부들은 차가 없으면 어딜 안 다닌다며 어르신은 차량이 필요없다고 하신다. 걸어다녀야 알통이 생긴다며 깔깔대며 웃었다. 그 알통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들었던 터라 우리 부부도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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