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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Mar 17. 2021

3월이 새해인 것 처럼.

 우리는 해가 바뀌어도 쌀쌀하고 움츠러드는 계절을 살아간다.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기온과 풍경이 새로운 해가 되었음을 실감하기 어렵게 한다. 심지어 학생의 신분일 때는 방학이라 해가 바뀐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아직도 학생인 것처럼 늘어져서 보낸다. 우중충한 날씨를 탓하면서. 여전히 날짜를 쓸 때는 2020년을 쓰곤 한다. 새해맞이는커녕 지나간 2020년을 붙잡고, 날씨 탓을 해본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3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마치 지금이 새해인 것처럼 이것저것 준비를 시작한다. 겨우내 입었던 옷들을 세탁소에 맡기고, 얇은 옷들을 들춰보기 시작한다. 얇은 긴팔과 외투는 여전히 단독으로 입기엔 얇지만, 미리 꺼내보면서 다가올 계절을 기대한다. 침대에 누워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쇼핑도 살짝 해본다. 그리고 동시에 바스락거리는 이불은 아직 두기로 한다. 책상에서 겨우내 쓰던 큰 가습기는 이제 넣어두고, 작은 가습기와 오일을 꺼내놓는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듬뿍담아 레몬향이 가득한 오일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어느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새해카운트다운 보다 더 설레는 건 왤까. 얇은 옷을 입고, 산책을 하고. 창문을 열어 따뜻해진 공기를 느끼고. 하나씩 피는 꽃들을 볼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더 따뜻해지면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아이스라떼도 마실 거다. 동시에 짧게 지나가는 계절을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생각해 본다. 날이 좋은 날엔 꼭 산책을 해야지.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해본다. 봄에만 할 수 있는 것들도 떠올려 본다. 물론 금새 여름을 기다린다며 설레하겠지만.

 나만의 새해가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얇아진 옷차림으로 터덜터덜 나와 햇빛을 받으며 페이퍼를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올해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내 일상도 조금 더 안정되기를 바라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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