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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정말 '금단의 마술'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금단의 마술》

by ENA

다시 ‘탐정 갈릴레이’ 시리즈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많은 작품들 가운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보다는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게 더 히가시노 게이고 같아 보이고, 그래서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작품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유가와 교수가 주인공이거나 수사에 도움을 주는 ‘탐정 갈릴레이’ 시리즈 중에서도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한다. 단편은 그냥 ‘과학’을 어떻게 소설에 넣어볼지 시험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금단의 마술》은 탐정 갈릴레이가 등장하면서 장편이다. 거기에 사람의 냄새와 사회적 메시지를 가미했다. 비록 《용의자 X의 헌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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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 ‘금단의 마술’은 ‘과학’을 의미한다. 모든 과학은 아니고, “사악한 인간의 손에 주어진 과학”이다. 과학은 인류가 성취한, 앞으로 성취할 놀라운 성취다. 과학은 우리의 문명을 만들었다. 편하게 살 수 있는 많은 기기를 만들었으며, 많은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과학은 언제나 선(善)은 아니다. 유가와 교수의 말을 빌면, “과학이 좋은 일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요는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마음에 달렸다.”


과학이 미래라고 외치는 정치인 오가 의원이 있다. 그가 불륜을 저지르고, 자신의 입신을 위해 죽어가는 여자를 놔두고 도망가버렸기에 그는 악인(惡人)임에 분명하지만, 그가 외치는 주장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으며 타당하다. 너무 단순하게 그를 그린 아쉬움이 있지만(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선 악인이 철저하게 악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소설에서 그의 주장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소설의 마무리에서도 그는 처벌받지 않으며, 그가 추진한 과학 도시 프로젝트는 그대로 진행된다. 과학은 많은 사람에 통하는 주제다.


누나의 복수를 위해서 유가와에게 배운 과학을 이용하려는 어린 학생(학생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고시바 신고가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배운 과학으로 남을 헤치려는 제자를 괴롭게 바라보는 유가와가 있다. 고시바 신고가 어떤 일을 하려는지, 그것을 유가와가 어떻게든 해결할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게 어떤 방식인지 가장 궁금하고, 또 이 소설의 성패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내 평가는 ‘중상’이다. 고시바 신고의 작전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고, 그 작전을 유가와가 예측하리라는 것 역시 예측 가능했다. 다만 그것을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리라는 것은 조금 예측에서 벗어났다. 다만 고시바 신고가 어떻게 그렇게 작전을 짰는지, 유가와는 어떻게 레일 건의 지휘통제권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조금 더 신경써서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너무 시시콜콜한가? 어차피 과학이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이니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과학을 제패하는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란 말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런데 쓰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뉘앙스를 가진다. 누구에게는 과학만능주의가 되고, 누구에게는 잘못 방향을 잡은 과학에 대한 쓰라린 참회가 된다. 내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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