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별장촌. 여유롭게 사는 이들이 8월 어느 날 모여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난 후 비극이 벌어졌다. 집단 살인.
범인은 다음 날 주변 고급 호텔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범행을 자수한다. 그는 사형을 당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짓을 벌였다고.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났다. 범인은 잡혔지만, 범행의 동기도 이해할 수 없었고 어떤 방식으로 범행이 저질러졌는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모여 검증회를 열기로 했다. 휴가 중이던 형사 가가는 그들 중 한 사람과 동행하게 되고... 예상대로 사건을 풀어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00편이 넘는 작품을 냈고, 그중 나는 60편 쯤을 읽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뭐니뭐니해도 가가 형사다. 애당초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게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맨 처음 읽었던 가가 형사의 날카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면에 빠져들어, 히가시노 게이고를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검증회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쪽지를 받았다.
바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고, 앞에서 언급한 바로 그 문장.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이 쪽지는 결국, 살아남은 이들 중 누군가 범행을 도왔을 거란 가설 아래 떠보기 위해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술수(?)에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누구인가? 아무렇게나 제목을 짓지도 않을 것이고, 겨우 헛다리 짚게 되는 설정을 이처럼 주요하게 심어 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 문장은 정말로 이 사건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사람들은 모두 제 본 모습을 감추며 살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주제로 이미 쓴 적이 있다. 『매스커레이드 이브』였던가. 실은 거의 모든 소설이 감추어진 인간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과 수단으로 삼는다. 가가 형사는 그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어디선가는 드러난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서두르지 않으며 모든 증거를 모으고, 명석하게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놓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록 소설가가 설정한 인물이긴 하지만.